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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잘 먹고 잘 살자 42 - 을지로4가 "우래옥"

by 장돌뱅이. 2014. 1. 4.

장모님께서 만드신 비빔냉면의 맛은 언제나 일품이다.
어릴 적부터 그것을 만드는 과정과 맛을 보고 자란 아내도 장모님의 솜씨는 쫓아갈 수 없다고 실토한 바 있다. 그러나 장모님도 물냉면을 만들진 않으신다. 대부분의 가정집에서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양냉면(물냉면)도 우리의 전통 음식이 분명한데, 비빔냉면과는 달리 집에서는 잘 해먹지 않는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아마 육수에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단맛이 스며있는 칼칼한 비빔용 양념을 만들기보다 투명한 육수를 우려내는 것은, 특히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육수의 맛을 제대로 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강한 양념은 약간의 실수가 있어도 나중에 바로잡기가 비교적 쉬우나 한번 우려낸 육수는 그렇지 않다는 이유도 있는지 모른다. 

나처럼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서울 장안에 평양냉면으로 알아주는 식당들이 많다. 을지로 4가 주교동에 있는 우래옥도 그중의 하나이다. 해방 이듬해에 시작했다니 7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식당이다. 얼마 전 가족과 평양냉면을 먹으러 우래옥에 갔다. 점심이라 냉면만 먹을 생각이었는데, 드물게 생갈비가 있다는 직원의 말에 육식 선호의 내가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애피타이저로(?) 갈비를 시키고 말았다. 칼집을 너무 잘게 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질 좋은 갈비였다.

우래옥에 오면 한 가지 고민이 더 있다. 냉면을 먹겠다고 왔어도 막상 오게 되면 평양냉면과 김치말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어느 것도 후회할 선택은 아니다. 아내는 이곳에서만은 김치말이를 선호한다.  이 날은 먹고 이야기하느라 갈비 외에 냉면과 김치말이 사진 찍는 걸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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