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262 시집 『돼지들에게』 최영미의 3번째 시집이다. 파격적인 언어로 주목을 받았던 앞의 두 시집에 비해 풍자와 냉소가 강해졌다는 느낌이다. 시속에 ‘돼지’와 ‘여우’와 ‘진주’는 이렇게 나온다.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 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 그는 여우가 되었다. (중략) 그는 자신이 실제보다 돋보이는 각도를 알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 방향으로) 몸을 틀고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청중들을 감동시킬까? 박수가 터질 시간을 연구하는 머릿속은 온갖 속된 욕망과 계산들로 복잡하지만 카메라 앞에선 우주의 고뇌를 혼자 짊어진 듯 심각해지는 냄새나는 돼지 중의 돼지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비로 모시며 언제까지나 사람들은 그를 찬미하고 또 찬미하리라. 앞으로도 이 나라는 그를 닮은 여우들 차.. 2013. 5. 30. 이전 1 ··· 27 28 29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