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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재기국2

제주 함덕 18 간밤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기온도 많이 떨어졌다. 여느 때처럼 반바지 운동복 차림으로 아침 산책을 나가니 종아리에 감기는 공기가 서늘했다. 함덕 해변의 모래에는 밤새 강한 바람에 지나간 흔적이 잔물결처럼 남아 있었다. 이 정도라면 한 겨울에는 바닷가 집과 상가로 불어닥치는 모래바람이 장난이 아닐 것 같았다. 해변 전체를 비닐로 덮는 월동 준비가 이해가 되었다. 제주 시내에 나가 점심을 했다. 돌하르방식당에서 각재기국으로 먹었다. 며칠 전 숙소 근처 함덕촐래식당에서 처음 먹은 각재기국은 아내와 나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연하게 푼 된장과 초록의 배춧잎이 어우러진 각재기탕은 통영의 봄철 음식 도다리쑥국에서 쑥 향기를 뺀 맛처럼 슴슴하고 은근했다. 식탁 위에는 다진 마늘과 매운 양념장이 있었지만 아내와 나는 .. 2022. 11. 7.
제주 함덕 14 남흘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김녕서포구를 거쳐 김녕해수욕장까지 걸었다. 투명하고 서늘한 물빛의 바다에서 싱싱한 아침 기운이 바람에 실려 전해 왔다. 힘을 내서 걷자! 아침에 어울리는 말이다.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 정현종, 「아침」 - 용천수인 청굴물은 김녕 해안의여러 용천수 중에서도 유난히 차갑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 물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 2-3일씩 묵어가곤 했다고 한다. 김녕 성세기알 바닷가에 옛 민간 등대 도대불이 있다. 도대불은 제주 해안가 마을의 포구마다 하나씩 있었다고 한다. 바다에 생을 기댄 사람들로선 배들의 안전한 귀환이 제일 중요했을 .. 2022.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