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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6

그냥 걸었다 야니님과는 십여 년 전쯤 여행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다. 인연이 되느라 그랬는지 미국에서 지낼 때 야니님 부부가 1년쯤 이웃 마을에서 살다 가기도 했다.둘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걷고 순댓국(돼지국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눈다. 아직 현직에 있는 그가 비싼 순댓국을 사고 상대적으로 싼 커피는 백수인 내가 내는 게 게임(?)의 법칙이다.걷기, 순댓국, 커피, 잡담 중 어느 게 중심인지 모른다. 다 중요하다.그는 유명 커피체인점보다는 동네커피숍을 좋아한다. 그는 매번 만날 때마다 주변 조사를 세밀하게 해 온다. 걷는 코스와 식당, 커피점까지.이번에는 특히 그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잠실나루역에서 만났기에 더욱 그랬다. 그가 만든 일정에 따라 잠실나루역 - 아산병원 주변 둑길 - 풍남토성 - .. 2024. 11. 25.
저하들의 강철 체력 하룻 사이에 손자저하 2호가 열이 났다.어린이집을 갈 수 없어서 아내와 내가 출동을 했다.열은 39도에 육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저하는 잘 놀고 잘 먹었다.감기약을 먹고 나면 잠을 잘 수 있다는 주의사항 속 약발은(?) 전혀 듣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몸에 배였을 점심 후 낮잠이라는 규칙도 별 소용없었다.잠을 자자는 다독임에 말똥말똥 5초쯤 누워있다가 "다 잤다!" 하고 일어났다.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으면 열내림에 좋을 것 같은데 단호히 거부했다.그리고 순간순간 놀이를 바꿔가며 구석구석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중간에 잠시 1호저하 하교 마중을 나갔다.저하는 같은 반 친구를 카페로 이끌어 서슴없이 딸기요거트 한 잔을 냈다.나는 저하 선심의 뒷정리를 하고 다른 테이블에 앉아 둘의 수다를 지켜보았다.사진 찍히는 .. 2024. 5. 22.
강과 호수 주로 아파트 주변을 맴돌던 아내의 걷는 범위를 넓혀 보았다. 한강을 걷고, 이튿날엔 집 근처 대학의 호수까지 천천히 걸었다. 예전에는 왕복 30분 정도가 걸렸지만 한 시간이 걸렸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적엔 창 너머로 멀리 바라보이던 곳이었다. '언제 저 곳을 다시 걸을까' 쳐지는 아내의 어깨를 가만히 만져주기도 했다. 아득하게 멀리 보이던 옛 영토를(?) 회복하는 짧은 데이트! 큰 성취! 2022. 10. 6.
걷기를 하다 9월 19일 오후 3시 50분부터 4시 8분까지 '무려' 18분 동안 아내와 아파트 담장을 걸었다. 한 달, 아니 정확히는 한 달하고도 5일 만이었다. 걷기를 위해 외출을 한 것이. 보조기구에 허리가 고정되어 있고 시선을 위쪽으로 두라는 의사의 지시에 따르다보니 조금은 어색한 로보캅 같은 걸음걸이였지만 마침내 걷기를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 죽음은 모차르트를 들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모차르트를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나는 그 말을 "죽음은 걷기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바꾸어 보았다.. 걷지를 못한다는 것과 걷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 걷는 것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부수적인 행동이라면 걷기는 그 자체가 목적인 행위다. 어떻게 자축을 해야 할까 생각하는데 딸아이가 전화가 왔다. .. 2022. 9. 20.
밤에 걷기 한 여름 낮 더위를 피해 7월부터는 밤에 걷는다. 일찍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서는 것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주기를 기대하면서 강으로 가지만 더위는 밤까지 완강할 때가 많다. 게다가 아무래도 어둡다 보니 낮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강변엔 우리처럼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이 풍경이고 풍경이 사람이다. 한강을 건너는 육중한 다리마다 불이 켜지고 불빛은 강물에 떨어져 색동빛으로 빛난다. 아내와 서로 속도와 보폭을 맞추어 걸으면서 각자 기도를 하고 함께 이야기와 침묵을 나눈다. 이런 밤나들이를 여름이 다 가도록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보조를 맞추면서 함께 걷는다는 이 섬세한 행위는 두 사람을 감정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결속시킨다. 연인들은 저녁을, 거리를 , 세계를 걸으면서 한 쌍이.. 2022. 7. 16.
샌디에고 걷기 21 - LAKE MORENA 새해 첫 걷기를 MORENA 호수에서 했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는데 물 가를 자주 걷게 된다. 샌디에고에 크고 작은 호수와 라군이 많다는 이야기겠다. 이곳 날씨 치고는 좀 쌀쌀한 날씨여서 그런지 사진에서도 냉랭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무쪼록 새해에도 아내와 많이 걷고 싶다. 시린 손 마주 잡아 덥히고 걸으며 웃고 싶다. 2012.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