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겨울나무3

빈 나뭇가지의 겨울 한 '망나니'의 준동 때문에 정신없는 10여 일이 지났다.그동안에도 매일 강변과 공원을 산책하였지만 흥분된 상태로 걷기만 해서인지 특별히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12월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제법 무성하게 잎을 달고 있던 나무들이 어느새  잎을 다 떨군 채 이젠  빈 가지로 허공에 균열을 내고 서있다.   빈 나뭇가지에 구름 한 조각 걸렸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하얀 눈 몇 송이 앉았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뾰족뾰족 초록 잎 돋았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빨간 열매 달렸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한 마리 산새 쉬었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빈 나뭇가지에- 김구연 , 「빈 나뭇가지에」-저녁 찬바람 속 빈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며 문득 '늙은 사람은 이미 지닌 것으로 그럭저럭 사는 데 .. 2024. 12. 16.
겨울나무 산책을 하며 헐벗은 겨울나무가 눈에 들어올 때면 동요 를 부르곤 했다.아니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떠올리며 세상의 모든 겨울나무는 '세한도 속의 소나무'거나, 백석의 시에 나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언덕 위에 줄 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나무 뒤에서 말없이나무들을 말없이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넉넉한 허공 때문이다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일일이 쓰다듬어 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 도종환, 「여백」-이.. 2024. 2. 13.
나무, 겨울나무. 일생동안 나무가 나무인 것은 무엇보다도 그늘을 가졌기 때문이라고생각해 본 적이 있다하늘의 햇빛과 땅의 어둠을 반반씩, 많지도 적지도 않게 섞어서자기가 꼭 살아온 그만큼만 그늘을 만드는 저 나무가 나무인 것은그늘이라는 것을 그저 아래로 드리우기만 할 뿐그 그늘 속에 누군가 사랑하면 떨며 울며 해찰하며 놀다가도록 내버려둘 뿐스스로 그늘 속에서 키스를 하거나 헛기침을 하거나 눈물을 닦거나 성화를내지 않는다는 점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말과 침묵 사이, 혹은소란과 고요 사이나무는 저렇게그냥 서 있다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듯 보이는저 갈매나무가 엄동설한에도 저렇게 엄하기만 하고 가진 것 없는 아버지처럼서 있는 이유도그늘 때문이다그러므로 이제 빈한한 집안의 지붕 끝처럼 서 있는 저 나무를아버지, 라고.. 2012.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