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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3

흰구름 다할 날 없는 곳 요새 하늘이 참 예쁘다. 하늘이 예쁘니 구름도 예쁘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예년에 비해 올봄엔 미세먼지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아내는 산책 중 하늘을 보며 자주 말한다.'하늘이 진짜 파랗다!''구름도 정말 깨끗하지!'그런 소소한 것들에 크게 감탄하는 아내가 하늘과 구름만큼이나 맑아 보인다.하늘에 흰 구름을 보고서 이 세상에 나온 것들의 고향을 생각했다. 즐겁고저 입술을 나누고 아름다웁고저 화장칠 해 보이고, 우리, 돌아가야 할 고향은 딴 데 있었기 때문······ 그렇지 않고서 이 세상이 이렇게 수선스런 까닭이 없다.-  신동엽, 「고향」-파란 하늘에 뜬 눈부시게 하얀 구름······ 맑고 따뜻하면서 성스럽고 때로 외경스럽기도 하다. 세상이 수선스럽게 느껴지는 날이면, 가끔은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과 우리.. 2024. 6. 4.
잭 런던의『야성의 부름』 시인 신동엽은 역사를 원수성(原數性), 차수성(次數性), 귀수성(歸數性)이란 그만의 독특한 단어로 구분 지어 보았다. 그는 잔잔한 바다가 원수성의 세계라면, 파도가 일어 공중에 솟구치는 물방울은 차수성의 세계이고, 다시 제자리로 쏟아져 돌아오는 물방울의 운명은 귀수성의 세계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역사란 싱싱한 생명력 가득한 원수성 세계에서 분열되어, 불안하고 부조리하며 폭력적 광기를 지닌 채 튀어 오른 물방울 같은 차수성이 커져 온 과정이다. 따라서 지금의 세계는 문명 이전의 조화롭던, '생명체와 대지 사이에 음양적 밀착 관계 이외에 어느 무엇도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 원수성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돌아가야 하는) 귀수성의 필연과 당위를 지녔다는 것이다. 잭 런던이.. 2023. 9. 12.
고향은 내가 태어난 서울의 맨 동쪽 끝 마을은 특별히 고향이란 의미로 떠오르진 않는다. 어릴 적 마을은 당연히 사라져 버렸고, 사람들도 모두 떠나가 굳이 찾아가 본들 아는 친구 하나 없는 타향이 되었다. 다녔던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있지만 거기도 옛 모습은 아니다. 아래 시에서 그리는 고향처럼 오래전 '벗어놓은 외투 같'이, 한 때 '포근하게 안긴 적이 있'지만 '내가 빠져나가' 버린 '후줄근한 중고품 같은 공간.' 썰렁하다. 하지만 상실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특별히 아쉽지도 않다. 벗어놓은 외투가 고향처럼 떨어져 있다 내가 빠져나간 이후에 그것은 고향이 되었다 오늘 껴입은 외투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면 한 번 이상 내가 포근하게 안긴 적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벗어놓은 외투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다 내.. 2023.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