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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3

회의하라 질문하라 죄수들이 산책?(운동?)을 하고 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쳇바퀴를 그리며 돌고 있다. 공간은 턱없이 좁아 보인다. 둘레를 친 벽은 넘볼 수 없는 권위처럼 아득히 높다. 간수이거나 관리인 듯한 세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우울하고 절망스럽다. 그런데 체념한 듯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고개를 수그린 채 걷는 죄수들 중에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중앙 높은 곳에 보일 듯 말 듯 노란 나비 두 마리가 날고 있다. 화가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던 것일까? 희망? 일 년이 채 못 되는 사이에 너무도 많이 변해버린 우리 사회. 희망을 쉽게 말할 수 없게 한다. 다만 그림 속 사내처럼 눈을 뜨고 현실을 직시하며 오래 전 아테네 법정에 섰던 소크라테스의 말을 기억해 볼 뿐이다. "회의하라. .. 2023. 1. 29.
빈센트 반 고흐 *고갱 「해바라기를 그리는 고흐 (The Painter of Sunflowers)」 1888 영화 「반 고흐 : 위대한 유산」 속에서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 ~ 1890) 는 "예술가는 유일해야 한다"고 했다. "진실성과 독창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그의 그림을 외면했고 "그림으로 가족을 돌보겠다"던 그의 결심은 무기력해졌다. 수백(천) 점의 그림을 그렸지만 생전에 팔린 것은 단 한 점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헐값으로. 그는 서른일곱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가난에 시달리며 유일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생계를 의지해야 했다. 그의 숱한 기행(奇行)은 순결한 예술혼이 현실과 비벼대며 냈던 고통스런 마찰음이었을 것이다. 총기 사고로 숨을 거둔 고흐의 품 속에.. 2020. 11. 23.
워싱턴 DC 단상3 - THE PHILIPS COLLECTION 필립스 컬렉션은 1921년에 오픈하였으며 미국 최초의 개인 소유 현대 미술관이라고 한다. 덩컨 필립스는 물려받은 유산으로 미술품을 수집에 매진했다. 그 결과 프랑스와 미국의 인상파 작품을 포함한 약 3천 점의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릴 적 주택을 개조하여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지하철 레드라인 뒤퐁 DUPONG 역에서 걸어가면 되는 곳에 있다. 필립스의 경우 물려받은 재산도 부럽고 그걸 사용하는 방법도 부럽다. 그리고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도 부럽다. 우리나라의 간송 전형필을 떠오르게 한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부러웠던 것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연 풍경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마다 있는 박물관, 특히 미술관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우열이 없는 법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우리.. 2013.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