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컬렉션은 1921년에 오픈하였으며 미국 최초의 개인 소유 현대 미술관이라고 한다.
덩컨 필립스는 물려받은 유산으로 미술품을 수집에 매진했다.
그 결과 프랑스와 미국의 인상파 작품을 포함한 약 3천 점의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릴 적 주택을 개조하여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지하철 레드라인 뒤퐁 DUPONG 역에서 걸어가면 되는 곳에 있다.
필립스의 경우 물려받은 재산도 부럽고 그걸 사용하는 방법도 부럽다.
그리고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도 부럽다. 우리나라의 간송 전형필을 떠오르게 한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부러웠던 것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연 풍경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마다 있는 박물관, 특히 미술관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우열이 없는 법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의 자연이 어울린다. 작은 한반도를 종이나 횡으로 가르는
거대한 그랜드 캐니언이 있다면 멋이 있을까? 내 생각엔 어색을 넘어 재앙에 가까울 것 같다.
미국의 웅장하고 다양한 자연과 첫 대면을 했을 때는 찬탄을 하고 감동을 받았지만, 점차
우리나라의 자연이 지닌 아기자기하고 친근한 아름다움도 그와 대등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결코 아전인수나 자화자찬의 편협함은 아니다.
그러나 미술관의 경우는 우리의 상대적 빈약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세계적 명품과 그것을 소장한 거대한 '건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작고 소박하지만 일상 가까이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선진국과 비교해서 부족해 보인다. 거기에 모두가 즐기고 풍요로워지는
기회를 나누는 대신에 미술품을 재산 증식의 투자 대상으로만 수집하는 어느 권력자나 부유층의 소식엔
문화적 균형이 더 기울어짐을 느끼게 된다.
사실 난 미술에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아내가 가는 미술관을 어슬렁거리듯 쫓아가곤 한다.
술보다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작품보다 아내와 그곳에서 서성이는 시간이,
그 한적하고 깊은 적막과도 같은 시간이 좋기 때문이다.
곰브리치의 글은 이럴 때 위안이 된다.
미술 작품에서는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위대한 미술 작품은 대할 때마다
달리 보인다. 그것들은 인간 본연의 모습처럼 다함이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것 같다.
미술품들은 각각 제 나름대로 불가사의한 법칙과 모험을 지닌 신비한 세계이다.
어느 누구도 미술 작품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사실상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즉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암시를 파악하고 모든 숨겨진 조화에 감응하려고 하는 참신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며, 그 마음가짐이란 무엇보다도 상투적인 미사여구나 흔해 빠진 경구
같은 것에 물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속물근성에 젖게 만드는 어정쩡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보다는 미술에 관해 전혀 모르는 것이 월등히 낫다.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중에서-
아내를 따라 그냥저냥 다니다 보니 시나브로 좋아하는 그림들이 생겨났다.
주로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다.
마네 모네, 드가, 피사로, 르누아르에 고흐 등등.
아래 사진 몇 장은 필립스 컬렉션에서 찍은 것이다.
나는 고흐의 그림을, 아내는 모네를 특히 좋아한다.
르누아르의 작품 「선상 파티에서의 점심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앞에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려 있었다.
배 위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의 한가로우면서도 흥겨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그림이었다.
노랑과 빨강, 파랑의 원색을 포함한 색상이 밝고 화려했다. 보는 사람도 덩달아 유쾌해진다.
근거도 없이 토요일 오후쯤일 거로 생각해보았다. 그래야 더 느긋할 것 같았다.
르누아르의 캔버스는 늘 행복과 기쁨이 넘친다. 그의 예술은 슬픔과 공포, 좌절, 분노, 어둠을 모른다.
감미로운 피부를 지닌 여인들이 살가운 표정으로 햇빛을 즐기고, 꽃들은 그늘 없는 사랑으로 피어난다.
-이주헌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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