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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4

고맙습니다 밝은 빛이 비쳐드는 식탁 위에 음식이 놓여 있고 노인이 다소곳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빵의 양이나 칼이 놓여 있는 위치로 보아 혹시 맞은편이나 옆에 누군가 있을 수도 있을 것도 같은데 왜 그런지 보이지 않는다. 기도를 하고 있어서일까? 혼자여도 크게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 한 마리가 식탁보를 잡아당기며 앙증맞은 생기(生氣)를 일으키려하지만 '기도하는 노파'의 차분한 분위기를 흔들지는 못한다. 기도란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바람 부는 벌판에 서서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내 음성을 듣는 것이다  - 이재무, 「기도」-2월이 다 지났다. 하루, 일주일, 한달, 일 년.시간의 한 마디마디를 지날 때마다 올리는 기도.오늘은 어제와 같고, 3월도 2월과 같기를.아내와 맛난 음식 .. 2025. 2. 28.
하심(下心)으로 기도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올바르게 살아가고자 원(願)을 세우고 이를 반드시 성취시키고자 할 때 자신의 업장을 소멸하고 세속의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겠다는 힘과 믿음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무수한 세월에 걸쳐 지어온 죄업과, 현생에 길들여진 삿된 가치관과 습관은 너무나 두터워 쉽게 그 업장(業障)을 소멸시키기 어렵다. 몇년 동안 익힌 담배도 끊기 어려운데 하물며 다겁생래(多劫生來)로 익힌 탐욕과 애욕을 어찌 쉽게 버릴 수가 있겠는가? 더구나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이룩된 사회의 구조, 특히 최근세에 들어 이룩된 인간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우리들 인간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진다.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는 업장에 감춰진 무한한 능력이 있다. 거짓 가.. 2025. 1. 2.
비에 젖다 어제 한강에서 자전거를 탔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고 하늘도 꾸물거리는 상태였지만 한두 시간 안으로는 안 올 것이라는 생각에 무방비로 나갔다가 비를 만났다. 일단 다리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졌다. 조금 더, 조금 더 하고 기다렸지만 비는 쉬이 잦아들 기세가 아니었다. 기다림이 의미가 없어 보였다.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오겠다는 아내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냥 빗속으로 나서기로 했다. 지붕이 되어주었던 다리 그림자를 벗어나자 차가운 비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그러나 첫 몇 방울이 예민하게 느껴졌을 뿐 이내 감각이 둔해졌다. 몸이 흠뻑 젖게 되면서부터는 시원스러운 쾌감까지 생겨나 오히려 비를 즐기며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갇혀 있던 다리 아래의 작은 공간에서는 미처 생.. 2021. 6. 4.
기도하는 사람들 그들을 보니 덩달아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편으로는 그런 절실함이나 경건함, 겸손함도 없이 그냥저냥 사는 내 자신이 부끄럽거나 두려워지기도 했다. 그들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불교와는 상관없지만 언젠가 귀동냥으로 들은 복음 성가의 한 귀절을 소리 낮춰 흥얼거려보았다. 기도는 우리의 안식. 빛으로 인도하리. 앞이 캄캄할때 기도 잊지마세요. (2006) 2017.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