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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고맙습니다

by 장돌뱅이. 2025. 2. 28.

*니콜라스 마스(Nicolaes Maes):<기도하는 노파> 1656년 네델란드

밝은 빛이 비쳐드는 식탁 위에 음식이 놓여 있고 노인이 다소곳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빵의 양이나 칼이 놓여 있는 위치로 보아 혹시 맞은편이나 옆에 누군가 있을 수도 있을 것도 같은데 왜 그런지 보이지 않는다. 기도를 하고 있어서일까? 혼자여도 크게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 한 마리가 식탁보를 잡아당기며 앙증맞은 생기(生氣)를 일으키려하지만 '기도하는 노파'의 차분한 분위기를 흔들지는 못한다. 

기도란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바람 부는 벌판에 서서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내 음성을 듣는 것이다 

- 이재무, 「기도」-

2월이 다 지났다.
하루, 일주일, 한달, 일 년.
시간의 한 마디마디를 지날 때마다 올리는 기도.

오늘은 어제와 같고, 3월도 2월과 같기를.
아내와 맛난 음식 많이 먹고, 따뜻한 햇볕 속을 오래 걸을 수 있기를.
손자들과 더 많이 뒹굴 수 있기를
내게 주어진 모든 일은 물론, 돌이킬 수 없는 일까지도 고마워할 수 있기를.
그렇게 가고 오는 시간  속에 숨겨진 어떤 신비로움을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루에 한 번 올리는 짧은 묵주기도에 좀더 겸손한 마음으로 충실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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