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밝은 빛이 비쳐드는 식탁 위에 음식이 놓여 있고 노인이 다소곳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빵의 양이나 칼이 놓여 있는 위치로 보아 혹시 맞은편이나 옆에 누군가 있을 수도 있을 것도 같은데 왜 그런지 보이지 않는다. 기도를 하고 있어서일까? 혼자여도 크게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 한 마리가 식탁보를 잡아당기며 앙증맞은 생기(生氣)를 일으키려하지만 '기도하는 노파'의 차분한 분위기를 흔들지는 못한다.
기도란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바람 부는 벌판에 서서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내 음성을 듣는 것이다
- 이재무, 「기도」-
2월이 다 지났다.
하루, 일주일, 한달, 일 년.
시간의 한 마디마디를 지날 때마다 올리는 기도.
오늘은 어제와 같고, 3월도 2월과 같기를.
아내와 맛난 음식 많이 먹고, 따뜻한 햇볕 속을 오래 걸을 수 있기를.
손자들과 더 많이 뒹굴 수 있기를
내게 주어진 모든 일은 물론, 돌이킬 수 없는 일까지도 고마워할 수 있기를.
그렇게 가고 오는 시간 속에 숨겨진 어떤 신비로움을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루에 한 번 올리는 짧은 묵주기도에 좀더 겸손한 마음으로 충실할 수 있기를.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3차 범시민대행진 (0) | 2025.03.02 |
---|---|
너무도 자명하기에 (0) | 2025.03.01 |
작심삼일 (0) | 2025.02.27 |
그 단어가 몇 번 나왔을까? (0) | 2025.02.26 |
아이들을 구하자 (0) | 2025.02.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