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월요일 아침마다 있었던 '애국조회'를 기억한다. 가장 지루한 것은 교장선생님의 훈화였다. 어린 우리들은 훈화의 '거룩한' 내용보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교장 선생님의 '에······ 또······'의 숫자를 세며 견뎌야 했다.
어제 헌재에서 '그 X'의 최후진술이 있었다. 애초부터 그의 입에서 어떤 반성이나 사과가 나올 거라고는 티끌만큼의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재판의 마지막이라는 수식어에 끌려 유튜브 중계를 보았다. 짐작을 했으면서도 인내가 많이 필요했다. 5분 정도가 지나면서부터는 다른 일을 하면서 귀로만 듣다가 나중엔 귀를 씻고 싶어질 정도였다.
*최민의 시사만평 - 내 책임 아님
"거대야당이 ······ 거대야당을······ 거대야당해서······거대야당 때문에······"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어도 술어도 목적어도 관형어도 온통 '거대야당'인 것 같았다. 그가 취임 초부터 제일 좋아했던 '전정부'씨도 빼먹지 않았다. 그 단어가 도대체 몇 번이나 나오는지 초등학생 시절처럼 궁금해지기도 했다.
거기에 진지한 표정의 자화자찬과 약자 코스프레는 몸을 오그라들게 하는, 차라리 '웃픈' 코미디였다. 원래 코미디언이 되려면 우스갯소리를 할 때 자신은 절대 웃지 않아야 하는 법이다. 거기에 '힘 있는 자가 약자를 모방하기 시작할 때 거대한 재앙이 세상을 덮친다'고 했던가? '그 X'의 경우는 두 가지가 딱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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