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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2

성북동을 걷다 서울에 걷기에 좋은 곳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동대문에서 낙산을 거쳐 성북동에 이르는 길이나 복개된 성북천 일대의 성북동은 아내와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아내와 나는 마치 우리만 아는 비밀의 장소인양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족과 지인, 친구들에게 권하고 함께 걸었다. 이용의 노래 덕에 뭔가 좋은 일이 생길 듯한 10월의 마지막 날. 코로나 와중에 비대면 온라인강좌를 들으며 알게된 영상 독서토론 모임인 "동네북" 회원 여덟 분과 마침 그 길을 걷게 되었다. 지난봄 서촌에 이어 "동네북"의 두 번째 당일기행이다. 좋아하는 곳이다보니 블로그에 지난 글이 꽤 여러 개 있다. 새삼 덧붙일 것이 더 없어 "동네북"이 걸은 순서를 따라 지난 글을 링크한다. (이번 기행에 가보지 않은 곳도 있지만 이 기회에 정리해 본.. 2023. 11. 3.
산하대지로 귀의하시다 몇해 전 아내와 성북동의 길상사를 찾은 적이 있다. 햇볕이 따스하던 이른 봄날이었다. 그때도 우리는 절마당을 거닐며 법정스님을 이야기 했던 것 같다. 그 기억이 마치 우리가 스님을 직접 뵙기라도 한 것인양 선명하다. 책을 통해 늘 스님을 가깝게 느끼고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에서 어제 스님이 입적하셨다고 한다. 책을 읽고서도 집착과 욕망의 무거운 사슬을 걸치고 덜그럭거리며 살아가는 나로서는 스님의 무소유가 범접할 수 없이 높아 보인다. 살랑거리 듯 불어가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자유로워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우뚝한 바위처럼 거기에 서계시던 분. 그런 그가 담담하게 이승과 이별을 하였으므로 우리도 수선을 피우며 슬퍼할 까닭은 없겠다. 하지만 그가 떠난 자리가 "새들이 떠나간 숲" 보다 더 적막할 것.. 2013.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