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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2

2020년 6월의 식탁 어떤 밥을 어떻게 먹느냐는 어떤 생을 어떻게 영위하고 있는가와 같다. 밥이 재화의 굴레에 갇히고 함께 둘러앉는 밥상머리의 온기에서 멀어질 때 생은 유효기간에 임박한 편의점 도시락을 허겁지겁 삼키는 행위처럼 위태로워진다. 텔레비젼과 인터넷 속에 밥의 정보는 넘치지만 그 넘침을 반성의 눈으로 돌아보게 되는 이유다. 6월에도 3대가 함께 하는 일요일 저녁식사를 가졌다. 코로나로 시작된 우리 가족의 이 의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재료를 사고 가다듬어 음식을 만드는, 식기에 담아 밥상 위에 올리는, 그리고 마침내 먹는 일까지, 소박한 매 과정마다 흥겨운 수다와 싱싱한 기운이 맑은 샘물처럼 흘러나온다.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유순한 눈빛으로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자는 시인의 말.. 2020. 7. 2.
내가 읽은 쉬운 시 105 - 김경미의 "야채사(野菜史)" 오월은 봄나물이 끝난 시기라고 한다. 마트 진열대에 수북이 쌓여있던 쑥과 냉이, 돌나물과 세발나물 등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내가 좋아하는 쑥이 사라져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노노스쿨에서 배운 애탕국을 선보일 수 없으니. 3월에 먹었던 도다리쑥국의 기억으로 올해의 쑥국을 마감한 셈이 되고 말았다. 끝물의 나물 몇가지로 노노스쿨에서 배운 야채 샐러드를 만들어 저녁 밥상에 올렸다. 시금치볶음과 강화도에서 만들어온 순무 김치까지 곁들였다. 지친 아내의 입맛이 돌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 한다 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의 입에 단 바람에 꽃에서 야채가 되었다 한다. 맛없었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양파꽃들도 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 검은 영.. 2019.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