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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2

"I CAN'T BREATHE!" "I CAN'T BREATHE!" 경찰의 무릎 아래 깔린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한 개인의 절규를 넘어 차별적 구조와 문화에 내몰린 흑인 전체의 아픈 신음으로 느껴진다. 더불어 백주의 대로변에서 자행되는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폭력이 섬뜩하다. 그 비극의 여파로 미국 전역이 사회 개혁과 정의를 외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다 완벽한 연합을 형성하고, 정의를 확립하고, 국내의 평안을 보장하고, 공동방위를 도모하고, 국민복지를 증진하고 그리고 후손들에게 자유의 축복을 확보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미국의 헌법에 흑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했을 리 없으니 법과 제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운영과 해석, 관행과 당연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겠다.눈에 보이는 불법보.. 2020. 6. 6.
두 징의 손 편지 *손자친구가 처음으로 쓴 아내와 나의 부름말. *딸아이가 유치원 때 쓴 편지. 딸아이에게서 손자친구까지. 2대가 비슷한 나이에 쓴 서툰 손글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진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만의 간격으로 우리 사이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삶은 여전하지만 '누구의 가담 없이도 우리 중심이 어느 틈에 변경'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법이니 아내와 나는 이제 '오래 예측하면서' 살지 않으려 한다. 늦봄의 저녁 한때를 나는 남방 소매 걷어올리고 허리에 고무줄을 댄 짧은 반바지 입은 채 담배를 붙여 물기 위해 현관 계단에 앉아 있다 언덕길로 아이들 앞세운 젊은 부부가 손을 맞잡고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저들의 산책은 지금 집 주위를 맴돌지만 머지않아 아이들이 버리는 이 배회의 한가함을 나처럼 혼.. 2020.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