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4 솟쩍다 솟쩍다 천방지축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얼굴을 디밀고 다니던 대학 신입생 시절, 어떤 (시 낭송회?) 행사에 참석했는데 본 행사 전 짧은 피아노 연주가 있었다. 본격적인 연주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모임의 시작을 알리려는 오프닝 순서인 듯했다. 연주가 끝난 후 사회자가 말했다. "이 곡을 모르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연주를 해주신 아무개 씨에게 감사드립니다."더러 들어본 곡이긴 했지만 사실 나는 그 곡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나만 모른다는 자격지심에 옆 친구에게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야, 이 곡 정체가 뭐냐?"녀석은 다분히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그것두 모르냐? 베토벤 '월광소나타'잖아. "알고 보니 녀석도 내가 물어보기 전 모임 안내서를 커닝한 것이었다.녀석과 나는 베토벤도,'월광 소나타도, 베토.. 2024. 6. 14.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어린 손자에게 엄마는 사랑하는 '천사' 다. 좋아하는 생선과 고기를 구워주고, 싱싱한 과일과 멋진 핼러윈 코스튬을 마련해주는가 하면, 즐거운 여행과 놀이도 함께 한다. 하지만 때때로 엄마는 나쁜 기운을 쏘아대는 '마녀'도 된다.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제한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한 개만 먹으라고 하고, 거실에서 뛰어다닌다고 야단을 치는가 하면, 더 놀고 싶은데 그만 자라고 한다. '엄마'가 나에게 그랬고, 아내가 딸에게 그랬던, 장구한 대물림의 아웅다웅과 티격태격을 지금 딸과 손자가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미운 일곱 살은 옛 말이고 지금은 미운 다섯 살이라고 한다. 둘 사이의 밀당은(?) 아마 손자가 자라 '부모 되어서 알아볼'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 2021. 11. 17. 내가 읽은 쉬운 시 3 - 김소월 김소월은 시인으로선 천재였지만 사업가로선 그러지 못했던가보다. 광산과 신문사 지국의 경영이 실패하면서 소월은 낙담한 끝에 음독으로 32년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소월은 생전에 단 한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1925년에 나온『진달래꽃』이 그것이다. 「먼 후일」은 그 시집의 맨 처음 나온 시라고 한다.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사실 먼 훗날까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표현은 완곡하나, 완곡하기에 더 강렬하다. 소월의 방식이다. 소월은 ‘이곳에 없는 님’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자주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겠다’는 식의 절제와 반.. 2014. 5. 10. 내가 읽은 쉬운 시 2 - 김소월 한국사람 치고 김소월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사람 치고 김소월의 시를 한 편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사람 치고 김소월의 시를 빌린 노래를 한 곡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 자체와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시를 가사로 사용한) 노래에서 김소월은 가히 으뜸이다. 시야 그가 시인이니 접어두고 우선 그의 시를 가사로 사용한 노래를 꼽아보자. 동요 “엄마야 누나야”, 장은숙의 “못 잊어”, 정미조의 “개여울”, 우주용(혹은 양희은)의 “부모”, 사월과오월의 “님의 노래”와 “옛사랑”, 배철수가 속해 있던 활주로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인순이가 속해 있던 희자매의 “실버들”, 마야의 “진달래꽃” 등 매우 많다. 소월이 쉬운 우리말로 쓴 시는 귀에도 쉽게 와 .. 2014. 5.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