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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by 장돌뱅이. 2021. 11. 17.

어린 손자에게 엄마는 사랑하는 '천사' 다. 좋아하는 생선과 고기를 구워주고,  싱싱한 과일과
멋진 핼러윈 코스튬을 마련해주는가 하면, 즐거운 여행과 놀이도 함께 한다.

하지만 때때로 엄마는 나쁜 기운을 쏘아대는 '마녀'도 된다.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제한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한 개만 먹으라고 하고, 거실에서 뛰어다닌다고 야단을 치는가 하면, 더 놀고 싶은데 그만 자라고 한다. 

'엄마'가 나에게  그랬고, 아내가 딸에게 그랬던, 장구한 대물림의 아웅다웅과 티격태격을 지금 딸과 손자가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미운 일곱 살은 옛 말이고 지금은 미운 다섯 살이라고 한다.
둘 사이의 밀당은(?) 아마 손자가  자라 '부모 되어서 알아볼'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 김소월, 「부모」- 

이 시는 노래로도 만들어졌다. 노래의 마지막 소절만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로 바뀌었다.
원래 1968년에 유주용이라는 가수가 불렀다고 하나 나는 양희은의 노래로 듣는다.
가을밤, 이 노래를 들으면 생전의 어머님 모습이 떠오른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퀴즈를 냈다.
"사람은 네 살 때는 '엄마는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스무 살이 되면 '엄마는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든 살이 되면?"

답은 '엄마가 있었으면'이었단다, 손자친구야.

나이 여든의 버석버석한 가슴조차도 문득 시려오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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