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교 벽에 "수능대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부동산 대박, 주식대박, 비트코인 대박으로 익숙한 대박이 수능에도 연결될 수 있는 말일까?
일정한 기준 점수 이상이면 누구나 합격이 되는 절대평가라면 그나마 대박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수능은 성적에 따라 백분위로 등급이 나뉘는 상대평가 아닌가.
누군가의 대박이 다른 누군가의 '쪽박'이 될 수 있는 현실에 "수능 대박"을 덕담으로 내거는
어른들의 무개념이 오히려 '대박'으로 보인다.
'수험생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란 말도 따뜻한 척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509,821명이라고 한다.
어린 학생들은 기성 사회가 만든 '오징어 게임'에 의해 어떤 '계급(?)'으로 분류되는 생애 첫 관문을 지난 것이다.
오래전 내가 수능 아닌 예비고사를 치르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와 세상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시험과 결과라는 함수에 더 많은 변수들이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큰집 조카가 고등학교 시절 잘 부르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교실 이데가"가 생각난다.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하는 당돌하면서도 냉소적인 외침으로 시작되던 그 노래.
······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 있는 그 애보다 더 ······
나라고 무슨 특별한 말을 할 수 있으랴.
수고했다는, 오늘 하루쯤은 스스로를 토닥여 주며 단잠을 자라는 말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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