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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2

태풍이 지나간 뒤 긴 장마에 이어진 몇 차례 태풍이 지나고 하늘이 맑다. 모처럼의 햇살이 반가워 팔을 벌리고 받아보기도 했다. 얼굴에 와닿는 바람엔 어느샌가 가을이 스며있다.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아내와 산책을 나섰다. 매일 다니는 길이 바뀐 날씨 탓인지 새롭게 다가왔다. 이제 어떤 것은 스러지고 또 어떤 것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아니 열매를 맺으며 스러지거나 스러지는 것으로 열매를 대신할 것이다. 인내하며 견디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허락되기를 욕심내며 아내와 기도해 보았다.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김종길, 「가을」 - 2020. 9. 9.
송편 딸아이가 한국에서 왔다. 추석이라해서 별다른 분위기가 느껴질 리 없는 샌디에고이지만 송편이라도 사다가 간만에 함께 모인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이국에서의 추석 기분을 내려고 했는데, 마침 이곳의 한 한인은행에서 고객들을 위해 사무실 한 쪽에 송편을 마련해 놓았다. 그것으로 추석 음식을 대신하였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김종길의 시, “설날 아침에” 중에서 - (2010.9) 2014.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