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초혜2

추석 보내기 지난 설날에 손자 저하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올 시간에 맞춰 나는 우리가 사는 층보다 한 층 높은 계단에 몸을 감추고 저하들을 기다렸다. 저하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어서 오시라' 하며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저하들을 놀라게 했다. 별 것 아닌데 두 저하들이 깔깔거렸다.이번 추석에는 저하들의 예상을 깨기 위해 한 층 위가 아닌 아래 층 계단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2호는 차 안에서 잠이 들어 잠시 대기 중이라 했고 1호저하가 혼자서 올라오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리 오래 걸리지?' 생각하는 순간 '내가 이럴 줄 알았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하는 나의 '서프라이즈'를 예상하고 다른 층에서 내려 등 뒤에서 제갈공명 같은 역습을 가한.. 2024. 9. 18.
늦가을 제주도에선 가을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한라산이나 오름들을 올랐다면 그랬을 수도 있지만 주로 해변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만나는 대부분의 나무들이 초록의 상록수들이었다. 노랗게 붉게 물든 단풍이나 떨어진 낙엽은 육지 친구들이 올린 카톡방 사진 속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내와 집 주위를 산책하며 '밀린' 단풍 구경을 했다. 이미 절정을 지났지만 냉랭한 공기와 함께 가을의 정취는 더 진하게 다가왔다. 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으니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 김초혜, 「가을의 시」- 2022.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