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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2

김훈의『하얼빈』 김훈의 글은 간결하다. 짧은 문장은 수식어와 감정, 관념과 추상을 극도로 배제한 동사나 형용사로 끝이 난다. 마치 건조한 내용의 수사 기록물이나 보고서 같다. 그럼에도 문장과 문장 사이의 행간이 동양화의 여백처럼 깊은 감정을 담고 있다. 개개의 문장들은 안갯속에 서서히 드러나는 육중한 산을 오르는 계단처럼 조밀하게 엮여 있다. 이전의『칼의 노래』와 『남한산성』과 『흑산』, 그리고 이번에 읽은『하얼빈』이 그랬다. 『칼의 노래』의 표지에는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하얼빈』에도 '칼'을 '총'으로 바꾼다면 같은 부제를 부칠 수 있겠다. '단순성' 대신에 '진정성'으로, '총' 보다는 '말'로 바꾸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건 오욕의 세.. 2023. 5. 18.
12월의 식탁 12월에 아내의 생일이 있었다. 요리책 레시피를 따라 나로서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보았다. 오래간만에 와인도 곁들였다. 아내와 둘이서 송년회도 했다. 코로나 상황이라 딸아이가 주문해 준 과메기로 상차림을 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떠들석함 대신에 오붓함이 있었다. 특별한 날만이 아니라 평범한 날의 세 끼도 그랬다. 늘 내 옆자리에서 밥을 먹겠다는 손자의 등을 한 손으로 쓸어주며 식사를 했다. 음식의 맛에 분위기는 배경이 아니라 필수 요소이다. 2021.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