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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무침2

11월의 식탁 하루 한 번 묵주기도를 올리는데 분심(分心)이 가득하다.중간에 다른 생각을 따라가다 황급히 돌아오지 않고 집중해서 끝내본 적이 거의 없다. "내가 기도를 받는 입장이라면 '야 정신 사납다. 그 따위로 기도할려면 치워라'하고 돌아앉을 것 같다"고 아내에게 이야기 하니 웃는다.그래서 간단명료하고 짧은 화살기도를 자주 올리기로 했다."오늘 끓이는 콩나물국이 맛있게 해주세요.""아내와 하는 산책을 무사히 마치게 해주세요.""마트에서 맛있는 귤을 고르게 해주세요."산만해질 틈이 없어 좋긴 하지만 너무 쪼잔한 것도 같다.'거룩한 것은 단순하다'고 하던가.혹 나의 단순한 기도도 그 거룩한 것에 묻어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내가 하는-음식을 만들고, 산책을 하고, 장을 보는-작은 일들이 한결 즐거워졌다는 사실이다.".. 2020. 12. 3.
내가 읽은 쉬운 시 128 - 한강의 「어느 늦은 저녁 나는」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서 낮보다 밤중에 아내와 산책을 나간다.저녁을 먹고 집 주변을 대략 3KM 정도 걷는다.어둠의 적요와 불빛의 활기가 공존하는 밤은 모든 것이 드러난 낮보다 오히려 더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생각은 풍경을 닮는다고 했던가? 아니면 풍경에서 나온다고 했던가?걷는 길의 명암에 따라 감정도 미세하게 변화한다.밤이라 해도 요즈음은 습도까지 높은 장마철이라 천천히 걸어도 덥다. 더위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다. 흐르는 땀을 시원한 물로 씻어내는 즐거움으로 더위와 어울리는 것.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한다. 이내 더위가 가고 또 다시 소슬한 바람이 불 것이다."지금!" 하는 순간마다 그것은 영원히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기억이 된다.덧없다지만 그래도 어떤 무늬를 새길까 하는.. 2019.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