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이 되면서 낮보다 밤중에 아내와 산책을 나간다.
저녁을 먹고 집 주변을 대략 3KM 정도 걷는다.
어둠의 적요와 불빛의 활기가 공존하는 밤은 모든 것이 드러난 낮보다 오히려 더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생각은 풍경을 닮는다고 했던가? 아니면 풍경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걷는 길의 명암에 따라 감정도 미세하게 변화한다.
밤이라 해도 요즈음은 습도까지 높은 장마철이라 천천히 걸어도 덥다. 더위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다. 흐르는 땀을 시원한 물로 씻어내는 즐거움으로 더위와 어울리는 것.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한다. 이내 더위가 가고 또 다시 소슬한 바람이 불 것이다.
"지금!" 하는 순간마다 그것은 영원히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기억이 된다.
덧없다지만 그래도 어떤 무늬를 새길까 하는 우리 몫은 있다.
요즈음 내겐 독서와 요리와 산책이 그것이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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