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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28 - 한강의 「어느 늦은 저녁 나는」

by 장돌뱅이. 2019. 7. 28.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서 낮보다 밤중에 아내와 산책을 나간다.
저녁을 먹고 집 주변을 대략 3KM 정도 걷는다.

어둠의 적요와 불빛의 활기가 공존하는 밤은 모든 것이 드러난 낮보다 오히려 더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생각은 풍경을 닮는다고 했던가? 아니면 생각이 풍경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걷는 길의 명암에 따라 감정도 미세하게 변화한다.

밤이라 해도 요즈음은 습도까지 높은 장마철이라 천천히 걸어도 덥다. 더위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다. 흐르는 땀을 시원한 물로 씻어내는 즐거움으로 더위와 어울리는 것.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한다. 이내 더위가 가고 또 다시 소슬한 바람이 불 것이다.
"지금!" 하는 순간마다 그것은 영원히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기억이 된다.
덧없다지만 그래도 어떤 무늬를 새길까 하는 우리 몫은 있다.
요즈음 내겐 독서와 요리와 산책이 그것이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위 사진 : 두부와 김치볶음
*위 사진 : 팽이버섯전
*위 사진 : (통조림)꼬막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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