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떠진 아직 캄캄한 새벽.
옆자리 잠든 아내의 고른 숨소리가 편안했다.
거실로 나가 창문을 조금 열고 소파에 누워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파트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빗소리가 고요한 새벽어둠을 건너 방으로 들어왔다.
토닥토닥.
정원에 심어진 나무 잎에 떨어지는 소리이리라.
마른 장마 끝에 모처럼 내리는 빗물을 맹렬히 빨아들이는 나무들의 숨소리도 더해졌을 것이다.
그 나무에 둥지를 튼 새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몸을 웅크려 날개 죽지에 부리를 묻고 비를 견디고 있을까?
왜 새들은 둥지에 지붕을 만들지 않는 것일까?
『숫타니타파』의 게송(偈頌)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그러다 스르르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비는 하루종일 내렸다.
하루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일상과 단상 > 내가 읽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28 - 한강의 「어느 늦은 저녁 나는」 (0) | 2019.07.28 |
---|---|
내가 읽은 쉬운 시 127 - 안도현의「서울로 가는 전봉준(全琫準)」 (0) | 2019.07.14 |
내가 읽은 쉬운 시 125 - 이성부의「벼」 (0) | 2019.07.05 |
내가 읽은 쉬운 시 124 - 김재룡의「개망초에게」 (0) | 2019.07.03 |
내가 읽은 쉬운 시 123 - 장철문의 「흰 국숫발」 (0) | 2019.07.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