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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24 - 김재룡의「개망초에게」

by 장돌뱅이. 2019. 7. 3.




이른 아파트 화단 양지쪽에 노란 씀바귀 꽃이 한두 송이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하더니
오래지 않아 화단에 온통 노란빛이 가득할 정도로 피어났다.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이 앙증맞아 지날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화단 둘레에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심은 개량철쭉이 화려했지만 
저절로 피어난 씀바귀의 자태가 더 고왔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씀바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대대적인 화단 청소를 하면서 잡초들을 다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잠시 아쉽고 허망했지만 자신의 일에 충실한 분들의 부지런함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초여름에 들면서 다시 자라난 씀바귀 사이에서 이번엔 하얀 개망초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개망초는 흔히 군락을 이루어 사는 꽃이니 장마가 끝날 무렵이면 아파트 화단은 흰색으로
가득차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개망초는 하얀 꽃잎 가운데 노란 꽃술이 달걀후라이 같아서인지 계란꽃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도 불린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고 한다. 이젠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귀화식물이 되었다.

"보아주고 불러주지 않아도 덜 서러울 것 같은 이름."

"단 한 번의 눈길만으로도 기다리다 질 수 있는 꽃잎."
시를 읽고 나니 개망초꽃이 좀 애틋해지지만
원래 아름다운 건 조금 슬픈 것과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오늘 아침 화단을 지날 땐 좀 더 오래 눈길을 주어야겠다.



고맙다 정말 다행이다
보아주고 불러주지 않아도
덜 서러울 것 같은 이름이어서
단 한 번의 눈길만으로도
기다리다 질 수 있는 꽃잎일 것 같아서
아무 때 아무 데서나 찔끔거려도
괜찮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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