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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23 - 장철문의 「흰 국숫발」

by 장돌뱅이. 2019. 7. 1.


*바삭불고기


*콩국수


여름엔 콩국수!
내가 좋아하여 어머님께서 생전에 자주 해주시던 음식이라 각별하다.
마루에 앉아 맷돌을 돌려 콩물을 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난 주 노노스쿨의 조리 메뉴가 콩국수였다.
그런데 다른 일 때문에 이론 강의만 듣고 실습을 하지 못했다.
마침 귀촌을 한 누나가 보내준 대두콩이 있어 주말을 이용해 만들어 보았다.
밤새 불린 대두콩을 삶고 잣과 함께 갈아서 콩국물을 만들고 국수를 삶았다.
그리고 오이를 채썰어 방울토마토와 함께 고명으로 올리니 수업 시간에 배운 모양이 나왔다.
맛은 식당에서 먹는 맛과 견줄만 했다.
고소한 맛이 나도록 콩을 삶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조리선생님은 10분 이내로 삶는 것이 기준이나 화력이나 삶는 도구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5분이 지나면 익은 정도를 체크 하고 적절할 때까지 삶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주셨다.

국수를 탄력성 있게 삶는 것도 중요하다.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다시 끓어 오르면 찬물을 넣고, 다시 끓어오르면 또 한번 찬물을 부어끓인다.
삶은 국수는 찬물에 넣고 빡빡 문질러 씻는 것이 중요하다.
조리선생님의 표현대로 하자면 국수를 '심하게 못 살게' 굴수록 맛이 난다.

아래 시 속에서는 국수를 말아내는 부산함조차 청각적으로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슬레트 지붕에 국숫발 뽑는 소리가
동촌할매
자박자박 밤마실
누에 주둥이같이 뽑아내는 아닌 밤사설 같더니

배는 출출한데 저 햇국수를 언제 얻어먹나
뒷골 큰 골 약수터에서 달아내린 수돗물
콸콸 쏟아지는 소리
양은솥에 물 끓는 소리

흰 국숫발, 국숫발이
춤추는

저 국숫발을 퍼지기 전에 건져야 할 텐데
재바른 손에 국수 빠는 소리
소쿠리에 척척 국수사리 감기는 소리

서리서리 저 많은 국수를 누가 다 먹나
쿵쿵 이 방 저 방
빈방
문 여닫히는 소리
아래채에서 오는 신발 끌리는 소리
헛기침 소리

재바르게 이 그릇 저 그릇 국수사리 던져넣는 소리
쨍그랑 떵그렁 부엌바닥에 양재기 구르는 소리
솰솰솰솰 
멸치국물 우려 애호박 채친 국물 붓는 소리

후르룩 푸르룩
아닌 밤 국수 먹는 소리

수루룩 수루룩
대밭에 국숫발 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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