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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11월의 식탁

by 장돌뱅이. 2020. 12. 3.


하루 한 번 묵주
기도를 올리는데 분심(分心)이 가득하다.
중간에 다른 생각을 따라가다 황급히 돌아오지 않고 집중해서 끝내본 적이 거의 다.
"내가 기도를 받는 입장이라면 '야 정신 사납다. 그 따위로 기도할려면 치워라'하고
돌아앉을 것 같다"고 아내에게 이야기 하니 웃는다.

그래서 간단명료하고 짧은 화살기도를 자주 올리기로 했다.
"오늘 끓이는 콩나물국이 맛있게 해주세요."
"아내와 하는 산책을 무사히 마치게 해주세요."
"마트에서 맛있는 귤을 고르게 해주세요."
산만해질 틈이 없어 좋긴 하지만 너무 쪼잔한 것도 같다.


거룩한 것은 그렇듯 단순하다
숟가락 하나 들었다 놓는 일

세상에서 가장 큰 문은 사람의 입
그 문 열고 닫는 열쇠도 숟가락
-복효근, 숟가락을 위하여」 부분-


시인은 거룩한 것은 단순하다고 한다.
혹 '세상에서 가장 큰 문을 열기 위한' 나의 단순한 기도도 그 거룩한 것에 묻어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내가 하는 작은 일들이 한결 즐거워졌다는 사실이다.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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