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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2

올망졸망 우련우련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조지훈, 「낙화」- 꽃이 진다. 밤새 불던 바람 탓이 아니다. 꽃이 핀다. 어제 내린 비 덕만도 아니다. 세월따라 그냥 피고 지는 것이다. 꽃 좀 지기로서니 무에 대수랴. 꽃 지는 그림자와 꽃 피는 소리에 눈과 귀를 모으며 우련 우련 살 일이다. '우련'은 '형태가 약간 나타나 보일 정도로 희미'하거나 '빛깔이 엷고 희미하다'는 뜻이란다. 올망졸망 재잘재잘 토끼풀꽃 같은 손자친구들을 보러 가는 아침이다. 이런저런 이유.. 2023. 4. 30.
꽃구경하고 또 꽃구경하면서 구름처럼 피어나던 벚꽃이 어느새 화려하게 흩날린다. 길 위에도 하얗게 깔려있다. 올해 마지막 벚꽃놀이를 하자고 아내와 집을 나섰다. 자주 가는 냉면집부터 들러 '식후경'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대기하는 사람들이 만든 줄이 너무 길었다. 발길을 돌려 근처 카페에서 케이크와 커피로 대신하려고 갔더니 이번엔 쉬는날이라는 안내판이 입장을 막는다. 어쩔 수 없이 출출함을 견디며 걷다가 공원 편의점에서 물과 커피를 사서 그늘에 앉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벚꽃잎이 자욱하게 쏟아져 내렸다. 휴대폰에 담으려 했지만 매번 동작이 굼떠 꽃잎이 성긴 화면만 잡혔다. 미리 카메라 모드를 켜놓고 기다리니 이번엔 바람이 불지 않는다. 아내가 그냥 눈으로만 보라며 웃었다. *Music by 브금대통령 / Track : 꽃비 - http.. 2022.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