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란4

그 단어가 몇 번 나왔을까? 초등학교 시절 월요일 아침마다 있었던 '애국조회'를 기억한다.가장 지루한 것은 교장선생님의 훈화였다. 어린 우리들은 훈화의 '거룩한' 내용보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교장 선생님의 '에······ 또······'의  숫자를 세며 견뎌야 했다.어제 헌재에서 '그 X'의 최후진술이 있었다.애초부터 그의 입에서 어떤 반성이나 사과가 나올 거라고는 티끌만큼의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재판의 마지막이라는 수식어에 끌려  유튜브 중계를 보았다. 짐작을 했으면서도 인내가 많이 필요했다.5분 정도가 지나면서부터는 다른 일을 하면서 귀로만 듣다가 나중엔 귀를 씻고 싶어질 정도였다."거대야당이 ······ 거대야당을······ 거대야당해서······거대야당 때문에······"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어도 술어도 목적어.. 2025. 2. 26.
우리 것 우리가 찾으러 여의도로 가는 도중 지하철 안내 방송이 나왔다.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서지 않고 통과한다는 것이었다.다른 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오는 아내와 샛강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샛강역도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국회의사당 쪽으로 나가는 출구마다 대기줄이 길었다.출구를 나와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흘러가듯 걸었다. 멀리서 왕왕대는 스피커소리가 들렸다.행렬은 여의도 공원 앞에서 멈췄다.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지 사람들은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그리고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쳤다."내란 수괴 ***을 체포하라.""***을 탄핵하라."(그의 이름조차 적는 것이 싫어 ***로 대체한다.)미처 마이크가 설치되지 못한 장소라 정확한 국회 표결 상황을 알 수 없어 핸드폰을 켰다.그런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카톡도, .. 2024. 12. 8.
외치며 사나니 살상용 흉기를 소지하고 안방까지 들어왔던 강도가 그냥(?) 나갔다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현행범의 동태와 사정을 살펴가며 죄의 경중을 논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범죄를 계획한 자, 결정한 자, 사주한 자, 동조한 자, 행동한 자, 방관한 자, 모두 엄정한 법과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손자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쓴다.옛 찬송가와 시를 이렇게 다시 뒤적거리게 될 줄이야.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운명에 맡겨 사는 그 생활 아니라우리의 믿음 치솟아 독수리 날듯이주 뜻이 이뤄지이다 외치며 사나니약한 자 힘주시고 강한 자 바르게추한 자 정케함이 주님의 뜻이라해아래 압박 있는 곳 주 거기 계셔서그 팔로 막아 주시어 정의가 사나니" data-.. 2024. 12. 6.
'겨울공화국'을 사는 상식과 윤리 손자들을 돌보는 사이사이 이런저런 연말 모임에 참가하느라 바쁜 연말.아내는 어제 부부동반 모임에 다녀와 손자저하들 음식을 만들어두고 미처 설거지도 못한 채 국회 앞 촛불집회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아내가 말했다."힘들지만 어쩌겠어. 다녀와야 그나마 마음에 미안함이 조금 덜어지는데." "누구한테 대한 미안함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냥 있을 수 없는.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나는 그것이 이 '겨울공화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식이며 윤리라고 생각했다.아래 양성우의 시는 1977년 유신 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유신 시절에 발표되었다. 2024년 12월 3일 밤 우리는 그 시절로, 아니 다시 1961년의 쿠데타 시절로 돌아간 돌아간 것이다. 하긴 그 이전부터 이미 그랬지만.여보게 우리들의 논과 밭이 눈.. 2024.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