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카와 슌타로3 오늘을 준 당신 오후 늦게 산책을 하는데 비가 쏟아졌다.원래 가려던 카페를 포기하고 가까운 던킨도너츠에 들었다.빵집과 그곳에 배어 있는 달콤한 빵냄새는 늘 나를 유년의 기억으로 이끈다.초등학교 입학 무렵 아버지와 서울 청량리의 한 제과점 (베이커리, 서양빵집 외 뭐라고 부르던 )에 간 적이 있다. 가게 이름이 무슨무슨당 (태극당? 은 아닌 것 같고)이었다.아버지와 함께 시내까지 외출을 한 목적은 아마 명절을 앞두고 목욕을 하러 나왔을 것이다.서울의 변두리 내가 살던 동네에는 공중목욕탕이 없던 시절이었다.목욕을 마치고 아버지는 질 좋은 향나무 연필과 공책에 장난감까지 사주셨다. 그리고 갈비탕 같은 음식을 먹던 여느 때와는 다르게 나를 그 빵집으로 데리고 가 따끈하게 데운 우유와 나로서는 처음 먹어보는 몇 가지 빵을 사주셨.. 2024. 7. 8. 단 한 사람 새해 결심 중의 하나가 일주일에 (어떤 그림이라도) 그림 한 장 그리는 것이라고 말했더니 어반스케치 모임의 회장님이 그러지 말고 하루에 10분씩만 그리는 걸로 하라고 했다. 10분은 부담이 없지만 일단 한번 펼친 스케치북을 10분 만에 닫는 경우는 없을 것임을 노린, 나 같은 '귀차니즘' 중독자를 위한 독려의 방법이겠다. 새해도 두 달이 다 지나가는 시점에서야 그 말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방학 중인 손자를 돌보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그림 두 장을 그렸다. 위 그림은 이중섭의 그림 중에 쉬운(?),「다섯 어린이」를 따라 한 것이다. 이중섭이 헤어져 멀리 있는 두 아들을 그리워 하며 그렸을 것이다. 나는 요즘 매일 함께 뒹구는 손자저하들을 생각하며 그렸다. 두 번째 그림 역시 이중섭의 「부부」를.. 2024. 2. 28. 새해 첫날 어제와 크게 다를 리 없는 날이지만 새해라는 상징에 아침 공기부터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첫날이면 세우기 마련인 '작심삼일'의 결심도 없이 하루를 보냈다.세상의 온갖 불협화음에 오늘 하루는 귀를 닫고 괜스레 흥분하지 않기로 했다. 늘 하듯 음식을 만들고 아내와 나누었다. 척 맨지오니(Chuck Mangione)의 "Feels So Good"을 들으며 아내는 성경을 쓰고 나는 책을 읽었다.그리고 강변을 산책하며 묵주기도를 했다. 추위가 풀려 평소보다 길게 걸었다.손자들의 새해 인사는 영상으로 받았다. 첫째는 나이가 한 살 더 먹어 '더 형아'가 된 것에 흐뭇해했다.우리나라를 지난 새해는 오후 2시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사이로 존 레넌의 "Imagine"이 흘러나왔다.. 2022. 1.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