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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만들기2

아주 잠시라도 노노스쿨에서 주변 마을의 어르신을 위한 도시락 만드는 날. 내가 속한 조가 맡은 일은 새우마늘종볶음이었다. 새우을 볶고 마늘종을 데치고 양념을 만들어 함께 졸여내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었다. 다른 두 조는 오미자소스돼지갈비찜과 무생채를 만들었다. 하루종일 날이 궂었지만 시간차의 행운으로 음식 배달에 큰 문제는 없었다. 우리가 만들어 건네는 작은 도시락 하나. 뚜껑을 여는 순간만이라도 창을 흔드는 비바람을 잊을 수 있으시기를. 가난한 식구 밥 해 먹는 솥에 빈 솥에 아무도 없는 대낮에 큰 어머니가 빈 솥 한복판에 가만하게 내려놓고 간 한 대접의 밥 - 문태준, 「낮달을 볼 때마다」- 2023. 4. 11.
노노스쿨의 베짱이 2019년 SK그룹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노노스쿨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약 9개월에 걸쳐 한식조리를 메인으로 커피와 차 등 식문화 전반을 다룬 교육은 은퇴 후 받은 교육 중 가장 짜임새 있는 것이었다. 나만큼 (혹은 나보다) 노노스쿨을 더 반긴 것은 아내였다. 은퇴를 하기 전부터 아내에게서 서서히 넘겨받던 부엌일을 노노스쿨에 다니면서는 완전히 나의 '나와바리'로 접수를 하였기 때문이다. "당신이 직장에서 은퇴를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부엌에서 은퇴를 했다." 아내는 서로의 변화를 그렇게 정리했다. 노노스쿨 졸업생들은 한 달에 한번 모여 학교 주변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는 활동을 한다. 나는 그동안 손자'저하'를 모셔야 하는 일 이외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2022.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