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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아주 잠시라도

by 장돌뱅이. 2023. 4. 11.

노노스쿨에서 주변 마을의 어르신을 위한 도시락 만드는 날.
내가 속한 조가 맡은 일은 새우마늘종볶음이었다.

새우을 볶고 마늘종을 데치고 양념을 만들어 함께 졸여내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었다.

다른 두 조는 오미자소스돼지갈비찜과 무생채를 만들었다.

하루종일 날이 궂었지만 시간차의 행운으로 음식 배달에 큰 문제는 없었다.
우리가 만들어 건네는 작은 도시락 하나.

뚜껑을 여는 순간만이라도 창을 흔드는 비바람을 잊을 수 있으시기를.


가난한 식구 밥 해 먹는 솥에
빈 솥에
아무도 없는 대낮에
큰 어머니가
빈 솥 한복판에
가만하게 
내려놓고 간
한 대접의 밥

- 문태준, 「낮달을 볼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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