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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2

동지 무렵 혹한이 와서 오늘은 큰 산도 앓는 소리를 냅니다 털모자를 쓰고 눈 덮인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피난하듯 내려오는 고라니 한 마리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고라니의 순정한 눈빛과 내 눈길이 마주쳤습니다 추운 한 생명이 추운 한 생명을 서로 가만히 고요한 쪽으로 놓아주었습니다 - 문태준, 「눈길」- 춥다. 그래도 '서로 가만히 고요한 쪽으로' 가다 보면 늘 따뜻한 일은 있다. 동짓날.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지만, 애동지에는 팥죽을 먹으면 아이들에게 탈이 난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에 팥떡을 먹는다. 올해는 애동지다. 손자저하들 생각에 팥떡을 사다 먹었다. 손자2호가 영상 전화를 주었다. 어린이집에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2023. 12. 22.
동지 팥죽 "동지는 무슨 날?" "밤이 제일 긴 날." "뭘 먹지?" "팥죽!" 뜻밖에 손자 친구는 잘 알고 있었다. 밤이 긴 것은 (어린이용) 절기 달력을 보고 알았고, 팥죽 먹는 건 동화에서 읽었다고 했다. 전래 동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는 할머니를 잡아먹으려는 못된 호랑이를, 할머니에게 팥죽을 얻어먹은 지게, 멍석, 절구, 개똥, 알밤, 자라, 송곳이 힘을 합쳐 혼쭐을 낸다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의 호랑이는 백성을 쥐어짜는 탐관오리이거나 세도를 부리는 양반계급을 상징하는 것 같다. 할머니에게 부당한 고통을 강요하던 호랑이를 작고 시시한 존재들인 지게와 멍석, 개똥과 알밤 등이 각각의 장기(長技)를 발휘하여 물리치는 과정이 재미있고 통쾌하다. 동지 팥죽은 삿된 기운을 내몰고(辟邪) 잡귀를 쫓아내려는(逐鬼)의.. 2021.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