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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2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연애는 짧고 결혼은 길다. 연애가 '너의 한마디 말이나 웃음이 나에게 커다란 의미가 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는(김창완의 노래)' 신비로운 단거리 달리기라면, 한 사람과 수십 년을 함께 해야 하는 결혼은 그런 신비를 둔화시키는 장거리 마라톤이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의 마고는 남편 루와 5년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큰 불만이나 문제는 없다. 루는 다정하고 둘이서는 장난도 잘 친다. 상대가 양치질하는 화장실에서 스스럼없이 변기를 사용할 정도로 익숙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루와 보내는 생활은 어딘가가 점점 헐거워지고 있다. 요리 연구가인 루가 매일 만드는 닭요리처럼 일상은 단조로운 톤으로 반복된다. 장난이건 키스건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고 싶어진다. 나란히 앉아 밥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2022. 4. 11.
내가 읽은 쉬운 시 24 - 문정희의「겨울 사랑」 12월의 첫 날. 출근길. 눈이 내렸습니다. 나로서는 7년 만에 맞아보는 첫 눈이었습니다만, 설렘을 느낄 사이도 없이 매서운 추위가 기세등등하게 들이닥쳤습니다. 바람은 또 얼마나 세차게 부는지요. 추울수록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겨울입니다. 봄부터 너무 추운 한 해였습니다. 누군가의 시린 손을 잡아주고 함께 나의 손도 녹여야 할 때입니다. 딸아이의 신혼여행 사진 글에 고정희씨의 시 「겨울 사랑」의 일부를 적었는데, 이번엔 문정희 시인의「겨울 사랑」입니다. 시인들도 겨울엔 자주 사랑을 떠올리는 모양입니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사진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7년 전 겨울에 아내와.. 2014.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