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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3

카페 선운각에서 경전철 우이신설선은 북한산 입구와 신설동을 오간다.2017년에  개통되었다. 경전철이라는 의미는 정확히 모르지만 마주 보는 사람들의 거리가 가깝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전철의 폭이 작은 것 같다. 물론 연결된 차량의 대수도 적었다. 아내와 북한산 둘레길이나 우이령길을 갈 때 타보았다.이번에는 카페 선운각을 가기 위해 탔다.북한산우이역에서 밖으로 나오자 일더위의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해를 피해 상점 건물과 나무의 그림자를 밟으며 걸었다.상점 밀집지역을 벗어나도 그림자가 성긴 숲길이 이어졌다.비릿하고 들큼한 밤꽃 향기가 공기 중에 배어 있었다.*이전 글 :  밤꽃 피는 유월에"언제부터 여름이야?"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던 손자친구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물었다."여름? 여름은 유월부터라고 해야겠지?. 그치만 갑.. 2024. 6. 20.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연애는 짧고 결혼은 길다. 연애가 '너의 한마디 말이나 웃음이 나에게 커다란 의미가 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는(김창완의 노래)' 신비로운 단거리 달리기라면, 한 사람과 수십 년을 함께 해야 하는 결혼은 그런 신비를 둔화시키는 장거리 마라톤이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의 마고는 남편 루와 5년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큰 불만이나 문제는 없다. 루는 다정하고 둘이서는 장난도 잘 친다. 상대가 양치질하는 화장실에서 스스럼없이 변기를 사용할 정도로 익숙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루와 보내는 생활은 어딘가가 점점 헐거워지고 있다. 요리 연구가인 루가 매일 만드는 닭요리처럼 일상은 단조로운 톤으로 반복된다. 장난이건 키스건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고 싶어진다. 나란히 앉아 밥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2022. 4. 11.
내가 읽은 쉬운 시 24 - 문정희의「겨울 사랑」 12월의 첫 날. 출근길. 눈이 내렸습니다. 나로서는 7년 만에 맞아보는 첫 눈이었습니다만, 설렘을 느낄 사이도 없이 매서운 추위가 기세등등하게 들이닥쳤습니다. 바람은 또 얼마나 세차게 부는지요. 추울수록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겨울입니다. 봄부터 너무 추운 한 해였습니다. 누군가의 시린 손을 잡아주고 함께 나의 손도 녹여야 할 때입니다. 딸아이의 신혼여행 사진 글에 고정희씨의 시 「겨울 사랑」의 일부를 적었는데, 이번엔 문정희 시인의「겨울 사랑」입니다. 시인들도 겨울엔 자주 사랑을 떠올리는 모양입니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사진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7년 전 겨울에 아내와.. 2014.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