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황사2

전라도의 절 열이레 달이 힘겹게 산기슭을 오르고 있었습니다사랑도 나를 가득하게 하지 못하여고통과 결핍으로 충만하던 때 나는 쫓기듯 땅끝 작은 절에 짐을 부렸습니다 새심당 마루 끝 방문을 열면그 안에 가득하던 나무기둥 냄새창호지 냄새, 다 타버린 향 냄새흙벽에 기댄 몸은 살붙이처럼아랫배 깊숙이 그 냄새들을 보듬었습니다 열이레 달이 힘겹게 산기슭을 오르고 있었고잃어버린 사람들을 그리며 나는아물지 못한 상실감으로 한 시절을오래, 휘청였습니다 ······색즉시고옹공즉시새액수사앙행식역부우여시이사리자아아시이제법공상불생불며얼 ······ 불생불멸······ 불생불멸······ 불생불멸······ 꽃살문 너머반야심경이 물결처럼 출렁이면나는 언제나 이 대목에서 목이 메곤 하였는데 그리운 이의 한 생애가잠시 내 손등에 앉았다가 포르르.. 2020. 7. 30.
지난 국토여행기 1 - 남도의 땅끝으로 봄마중을 가다2 땅끝을 나와 해남군 송지면 달마산 기슭의 미황사로 향했다. 절로 오르는 길 주변은 제법 초록이 가득하다. 서둘러 봄이 온 것이 아니라 한 겨울에도 그 빛이 변치 않았을 난대성 상록수들이기 때문이다. 숲 속엔 차가우면서도 맑은 아침 기운이 서려 있었다. 절 마당에 서서 돌 기간 위에 우뚝한 대웅보전을 올려보았다. 단청이 없어 수수해 보이지만 처마 밑을 받치는 다포의 모양새가 정교하고 화려해 보인다. 지붕 너머로 칼바위 연봉을 세운 달마산의 능선도 장관이다. 아침 햇살이 산 정상의 바위 사이에서 부챗살 모양으로 갈라지며 절 마당에 내려앉았다. 옛날 풍랑으로 표류해온 송나라 사람이 달마산을 보고 “해동 고려국에 달마명산이 있어 그 경치가 금강산보다 더 낫다 하여 구경하기를 원하였더니 이 산이 바로 달마산이구나.. 2012.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