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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진2

산수유 꽃이 피었다 손자들과 보낸 10일에서 돌아와 아내와 한가한 주말을 보냈다.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주꾸미는 역시 봄이 제철이다. 함께 무쳐먹는 미나리의 향도 향긋했다. 만개한 봄날도 좋지만 이제 막 시작한 봄 기운도 좋다. 새로운 계절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설렘 같은 것이 있어서일까? 호수로 강으로 공원으로 걸어다니는 곳마다 봄이 움트고 있었다. 혼자 길을 가는데 산수유 한 그루 꽃이 피었다 바람에 떠는 꽃 새에 앉아 벌 한 마리 날아와 겨울을 이야기하고 나는 멈춰서 가만히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 박형진, 「산수유」- 손자친구들의 여운은 아직 온몸에 봄꽃 몽우리처럼 남아 스멀거렸다. 아내와 나는 자주 손자친구들 이름을 불러야 했다. 2023. 3. 20.
입춘 무렵 바람 잔 날 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 한 방울 두 방울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 추녀 물을 세어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천원짜리 한 장 없이 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 흘러가는 물방울에 봄이 잦아들었다. - 박형진, 「입춘 단상」- 손자 친구와 나눈 수수께끼. "더울수록 옷을 많이 입고 추우면 옷을 벗는 것은?" "나무!" 강추위와 바늘끝 바람에 나무들이 옷을 벗고 맨몸으로 서있다. 온갖 장식을 털어버리고 오직 명징한 정신의 고갱이로만 겨울을 견디겠다는 의지를 보는 것 같다. 아직 실감이 나진 않지만 입춘이 지났으니 머지않아 가지마다 다시 연두색 새싹이 돋고 꽃은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다. 어둠과 추위에 함몰될 때 우리는 패배주의에 갇히기 쉽고, 밝음과 따뜻함에만 끌릴 때 쾌락주의에 빠지기 쉽다. 입.. 2022.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