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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2

어디서 술 생각이 간절한가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라는 시 일곱 수를 남겼다. '어디서 술 생각이 간절한가'라는 뜻이다. 내 마음대로 둘째와 넷째 수 중 일부를 발췌하여 합쳐보았다.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어디서 술 생각 간절한가? 天崖話舊情(천애화구정) 하늘가에서 옛정을 나눌 때라네. 闇聲啼蟋蟀(암성제실솔) 희미한 소리로 귀뚜라미 울고 乾葉落梧桐(건엽낙오동) 오동나무에선 마른 잎이 떨어지는데 鬢爲愁先白(빈위수선백) 귀밑머리는 수심으로 먼저 희어졌구나.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이러한 때 한잔 술이 없다면 何以敍平生(하이서평생) 무슨 수로 마음을 풀어보나. 너무 거창한 시를 인용했나? 그냥 부부 동반으로 송년회를 했다는, 술 한잔 없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다. 같은 홍어라도 .. 2023. 12. 6.
제주 함덕 18 간밤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기온도 많이 떨어졌다. 여느 때처럼 반바지 운동복 차림으로 아침 산책을 나가니 종아리에 감기는 공기가 서늘했다. 함덕 해변의 모래에는 밤새 강한 바람에 지나간 흔적이 잔물결처럼 남아 있었다. 이 정도라면 한 겨울에는 바닷가 집과 상가로 불어닥치는 모래바람이 장난이 아닐 것 같았다. 해변 전체를 비닐로 덮는 월동 준비가 이해가 되었다. 제주 시내에 나가 점심을 했다. 돌하르방식당에서 각재기국으로 먹었다. 며칠 전 숙소 근처 함덕촐래식당에서 처음 먹은 각재기국은 아내와 나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연하게 푼 된장과 초록의 배춧잎이 어우러진 각재기탕은 통영의 봄철 음식 도다리쑥국에서 쑥 향기를 뺀 맛처럼 슴슴하고 은근했다. 식탁 위에는 다진 마늘과 매운 양념장이 있었지만 아내와 나는 .. 2022.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