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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2

내가 읽은 쉬운 시 85 - 김용택의「나는 조각배」 직장을 그만둔지 2년이 되었는데 시간이 무겁지 않게 흐른다. 직장 다닐 때에 비해 특별히 책을 많이 읽거나 여행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하루하루가 잘 지나간다. 완전 백수 체질인 것 같다. 물론 산다는 게 무슨 일이건 생기기 마련이어서 내가 백수가 안 되었으면 이런 일을 다 누가 처리했을까 싶게 늘 이런저런 일이 꼬리를 물긴 한다. 그래도 9시에서 6시까지라는 규정된 일과가 없으니 많은 시간을 아내와 보내는 게 좋다. 얼마 전 친구들과 모임을 끝내고 돌아온 아내가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백수 남편을 여자들이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뭐라고 하는데?" "젖은 낙엽. 킥킥킥. 부인한테 달라붙어 잘 안 떨어지니까." 나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심상히 대꾸했다. "그래? 하지만 뭐 .. 2018. 11. 20.
2루 위에서 아침 여섯시 반. 눈이 떠졌다. 만33년의 시간이 만든 관성이다. 잠시 누워서 오늘의 할 일을 생각했다. 오늘부터 나는 흔히 말하는 '백수'가 된 것이다. 매일 같이 할 일이 이미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커진 시간의 상자 속에 의식적인 '일'을 채워 넣어야 하는. 33년만이라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50여년 만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 눈을 뜨면 늘 할 일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으니. 방문을 열고 나가 마주치게 된 벽 위의 '그분을' 바라 보며 오래간만에 화살기도를 했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승리 타점의 쾌거가 있었던 것도, 만루홈런의 기세등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상대방의 '야수선택'으로 운좋게 1루에 나가 사랑하는 이들의 희생번트로 가까스로 2루에 안착한 것일 .. 2016.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