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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임제2

3차 백신과 한파주의보 산 아래 외진 마을 문 굳게 닫혔는데 냇가 다리 해 저물자 푸른 연기 오르네. 돌샘은 얼어붙고 발자취 끊겼으니 아마도 산골 아낙네는 눈 녹은 물로 밥 지으리. (山下孤村深閉門, 溪橋日晩靑煙起. 石泉凍合無人蹤, 知有山妻炊雪水.) -백호 임제, 「매서운 추위(苦寒)」- 해가 저물면서 샘은 얼어붙고, 인적이 끊긴 산 아래 외로운 집.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이 춥고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눈 녹은 물로 손을 불어가며 밥 짓는, 푸른 연기에 조금은 따뜻해진다. 산다는(生活) 건 물(氵)을 혀(舌)에 적시는 일이다. 잘 먹는 일이다. 3차 백신을 맞았다. 주사 맞은 자리가 뻐근하고 머리가 좀 찌뿌둥한 것을 빼곤 앞선 1,2차보다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지시를 엄격히 준수하는 아내는 2∼3일 동안 운동과.. 2021. 12. 17.
제주살이 30 (끝) 제주 숙소 주인의 문자를 받았다. 주말에 거둘 귤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주인 부부가 오래 가꾸어온 수고를 알기에 그냥 받을 수 없다고 사양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여유롭고 감미로웠던 제주 한 달은 같은 느낌의 여운으로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16세기 조선의 문학가 백호 임제는 제주도 한라산에서 남쪽 바다를 바라보며 "저 동정호(洞庭湖) 7백 리 물도 이에 비하면 물 한잔 쏟아놓은 웅덩이와 다름없다" 고 외쳤다. 물론 중국의 호수가 아무리 넓어도 거칠 것 없는 일망무제의 바다에 견줄 바가 아니므로 당연한 표현이겠다. 하지만 그는 그때까지 사람들의 머릿속에 큰 물의 상징으로 존재해온 동정호라는 상투적인 관념을 호기롭게 깨뜨려 버린 것이다. 다시 제주 바다와 산과 오름과 숲을, 그 속에 사는 사람들과 이.. 2021.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