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숙소 주인의 문자를 받았다. 주말에 거둘 귤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주인 부부가 오래 가꾸어온 수고를 알기에 그냥 받을 수 없다고 사양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여유롭고 감미로웠던 제주 한 달은 같은 느낌의 여운으로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16세기 조선의 문학가 백호 임제는 제주도 한라산에서 남쪽 바다를 바라보며
"저 동정호(洞庭湖) 7백 리 물도 이에 비하면 물 한잔 쏟아놓은 웅덩이와 다름없다" 고 외쳤다.
물론 중국의 호수가 아무리 넓어도 거칠 것 없는 일망무제의 바다에 견줄 바가 아니므로 당연한 표현이겠다.
하지만 그는 그때까지 사람들의 머릿속에 큰 물의 상징으로 존재해온 동정호라는 상투적인 관념을 호기롭게 깨뜨려 버린 것이다.
다시 제주 바다와 산과 오름과 숲을, 그 속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만나러 가고 싶다.
진부함으로 타성화한 일상을 호기롭게 깨트려 버리고 싶어질 때면.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정호승,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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