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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조금씩 엇나간 삼척여행

by 장돌뱅이. 2021. 12. 1.

내가 계획한 여행이지만 막상 떠나 보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가려고 했던 곳을 가지 못하거나, 계획에 없던 일을 하게 되거나, 찾아간 곳이 기대와 다르거나 등등.

이번 1박 2일의 짧은 삼척 여행은 시작부터가 그랬다.
애초 아침 일찍 출발할 생각이었다. 두타산의 베틀바위와 그 일대를 돌아보려면 그래야 했다.
그런데 예상치 않았던 일이 생겨 출발이 4시간 정도 늦어졌다. 고속도로를 쉬지 않고 달렸지만 결국 산행은 할 수 없었다.
네비까지 잘못 설정하여 무릉계곡이 아닌 댓재 쪽으로 가는 실수까지 저지른 탓이다.
다시 차를 돌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추암(湫岩)으로 향했다.
원래 이튿날 일출을 보고 아침 산책을 하려던 일정을 당긴 것이다.

 

 

 



촛대바위로 가는 길에 작은 정자가 있다.
고려 공민왕 때(1361년)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내려와 살며 지은 해암정(海岩亭)이다.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단아한 정자는 바다를 등지고 앉아 있다.
날씨 좋은 날 누마루에 들어 뒷문 밖 지척의 파도 소리를 들으면 좋을 것 같았다. 


해암정의 뒤쪽으로는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뾰족뾰족 숲을 이루어 늘어서 있다.
안내판의 설명대로 '석림(石林)'이라 부를 만했다

그 옆으로 이곳의 상징처럼 된 유명한 촛대바위가 있다. 바위 주변의 바닷물도 더없이 맑았다.
 

 

 


저녁으로 삼척항에서 대게찜을 먹었다. 국내산은 아직 금어기여서 러시아산이라고 한다.
국내산보다 전체적으로 고소한 맛은 좀 떨어졌지만 먹을 만했다. 게장으론 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게라면도 추가했다.   

 




주말이 아닌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휴가가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해변과 숙소 시설의 돌아보고 아내와 맥주를 마셨다.
하늘에 별이 총총한데 텔레비전에서는 이튿날 전국적인 비와 기온 급강하의 소식을 전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여니 하늘이 온통 막걸리 빛이다.
일출은 구름 뒤에 숨어 수평선에 희미하게 비치는 붉은 기운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잠시 후 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두타산 걷기는 취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서 음악을 들으며 빈둥거리다 체크 아웃을 했다.
국물이 있는 곰치탕을 먹으러 갔으나 휴일이 아님에도 목적으로 했던 식당이 닫혀 있었다.
주변에 곰치탕을 파는 식당도 모두 휴무 중이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변경이 많은 여행이었다.
할 수 없이 죽서루 근처로 이동하여 가자미조림으로 대신했다. 


식사 후 죽서루나 들려볼까 하였지만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졌다.
작은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걷기는 아무래도 무리여서 죽서루 주차장에서 차를 돌려 나왔다. 변경의 연속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혹 비가 눈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일찍 집으로 가기로 했다.
고속도로에 올라 집으로 향하다가 카페를 검색했다.
기왕이면 바다에 가까이 있는 카페로 가보자 하여 강릉 사천에 있는 '카페 곳'에 들렸다. 
규모가 큰 카페였지만 바다를 내다보는 위치가 좋았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창가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다.


잠깐 사이에 하늘이 벗겨지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다.
햇빛이 들자 바다는 파란색이 살아나고 구름은 흰색이 살아났다.


카페 옥상에 특이한 구조물이 있었다. '천국의 계단'이라던가?
사진 촬영 공간이겠지만 꼭대기에 올라 둘러보는 거칠 것 없는 해안 풍경이 나쁘지 않았다.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라고 말한 사람은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현실은 꿈에서, 결심은 실천에서, 운명은 소망에서 자주 그리고 조금씩 어긋난다.
하지만 그가 만든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이 말엔 어긋남에 대한 불만이나 부정이 아니라 여유로운 긍정이 담겨 있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을 게임의 일부라고 담담히 수긍하는 운동선수처럼 어긋남을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말이겠다.
어긋남이 반드시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일 수는 없다. 


유별나게 계획과 달리 진행되었던 이번 삼척여행도 그렇다.

"여행도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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