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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2

병실에서 2 박노해의 시였던가. "병원에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라던. 정말 그랬다. 아침에 수술이냐 '안(no)수술'이냐를 결정하는 의사 선생님은 하늘이고, 선생님의 말은 성경이었다. "수술을 하지 않고 해봅시다!" 선생님이 나가신 뒤 아내와 나는 마치 구원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서로를 얼싸안았다. 2022. 8. 18.
내가 읽은 쉬운 시 89 - 윤동주의『병원』 아픈 사람이 누웠던 병원 뒤뜰. 설사 나비가 찾아오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다한들 그에게는 적막하기 그지 없는 곳이었을 것이다. 함께 견디는 나의 일상도 아프다.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보는 일. 쉽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신영복선생님의 말을 되뇌여 본다.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2019.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