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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89 - 윤동주의『병원』

by 장돌뱅이. 2019. 3. 15.






아픈 사람이 누웠던 병원 뒤뜰.
설사 나비가 찾아오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다한들 그에게는 적막하기 그지 없는 곳이었을 것이다.
함께 견디는 나의 일상도 아프다.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보는 일.
쉽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신영복선생님의 말을 되뇌여 본다.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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