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작고 하찮을 수도 있는 시간들에 대한 예의

by 장돌뱅이. 2019. 3. 18.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라다. 전문가는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제프 딕슨이란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이래 많은 사람들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글 중의 일부이다.
소확행(
小確幸)이란 말과 생활 양식이 유행하는 건 그런 세태에 대한 사람들의 자구책일 수도 있겠다.
'작지만 일상 속에서 성취하기 쉬운 소소한 행복'이란 의미의 소확행.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수필집에 사용되었던 단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아보니 등재되어 있지 않은 걸로 보아
아직 공식적으로 우리말로 인정된 단어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알고 이미 그런 삶을 추구하고 있으니 사전 등록은 곧 이루어지지 않을까?

토요일 아내와 내가 손자 친구찾았을 때 친구는 소리를 지르며 격한 환영을 주었다.
그리곤 화장실로 달려가 발판을 딛고서도 모자라 까치발을 하고 팔을 뻗어 우리를 위해 
손을 씻으라며 세면대 위의
수도꼭지를 틀어 주었다.
저녁 식탁에서 손자 친구가 처음으로 젓가락질을 처음으로 성공했다. 우리는 큰 박수를 쳐주었다..
비록 손가락 보조 구멍이 달린 젓가락이었지만 친구는 실수 없이 작게 자른 곳감을 집어 올렸다.
친구의 묘기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 오늘은 혼자서 바지를 입기도 했다.

일요일 저녁엔 지난 주 노노스쿨에서 배운 요리(구절판 아닌 칠절판)를 복습 겸 다시 만들어 먹었다.
데친 두릅도 곁들였다. 향긋한 냄새가 입안을 채웠다.
내친 김에 청하도 한병 준비하여 아내에게 권했다.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다르게 특별한 성취나 가슴 떨리는 커다란 감격만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토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여느 때처럼 특별할 것 없이 작고 하찮은 순간들이 내 곁을 지나갔다.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그것들을 내 자족의 품안에 소중한 의미로 갈무리해 두는 지혜일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