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똥2

겨울숲과 봄똥 2월.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봄기운도 쉽게 느껴지지 않는 애매한 달이다. 그래도 요며칠은 날이 푸근해서 아내와 오래간만에 서울숲을 걸을 수 있었다. 짙은 갈색의 나무들은 지난 가을에 잎을 떨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있었다. 겨울숲이 주는 차분한 침잠(沈潛)과 깊은 적요로움이 감미롭게 다가왔다. 화사한 봄과, 싱싱하고 무성한 여름과, 명징하고 화려한 가을이 쌓여 숙성이 되면 그런 겨울숲의 풍요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가끔씩 눈과 얼음이 녹아 말랑말랑한 땅을 만났다. 굳이 피해가며 걷고 싶지 않았다. 앞서간 다른 사람들도 그랬는지 흙에는 여러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아내와 하굣길 신발 밑창에 달라붙은 진흙을 나뭇가지로 떼어내던 어린 시절을 기억해내기도 했다. 봄똥은 겨울이 가기 전에, 혹은 겨울을.. 2023. 2. 13.
내가 읽은 쉬운 시 168 - 안도현의「봄똥」 2월의 제철 식재료는 단연 '봄똥'이다. 봄동이 맞춤법에 맞지만 왠지 '봄똥'이라고 해야 더 어울려 보인다. 자장면이 아니고 짜장면이라고 해야 그렇듯이······ 마트에 가면 좋은 가격으로 가판대에 가득 놓여있다. '봄똥'은 겨울을 노지에서 보내느라 속이 들지 않고 잎이 옆으로 납작하게 퍼져 있다. 양팔을 벌리 듯 잎을 활짝 펴고 추위를 한껏 받아냈을 짙푸른 잎에서는 싱싱한 야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비타민C에 베타카로틴에 칼륨과 칼슘과 인이라는 발음도 어려운 성분이 풍부하다고 영양 학자들은 설명하지만 노란 중심부가 드러난 봄똥은 식재료에 앞서 그대로 꽃이다. 예쁘고도 맛있는 꽃이다. 찬물로 씻다가 한 조각을 아무런 양념 없이 씹어도 아삭거리는 식감 뒤에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이어진다. 봄똥으로 겉절이를 .. 2020.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