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제철 식재료는 단연 '봄똥'이다.
봄동이 맞춤법에 맞지만 왠지 '봄똥'이라고 해야 더 어울려 보인다.
자장면이 아니고 짜장면이라고 해야 그렇듯이······
마트에 가면 좋은 가격으로 가판대에 가득 놓여있다.
'봄똥'은 겨울을 노지에서 보내느라 속이 들지 않고 잎이 옆으로 납작하게 퍼져 있다.
양팔을 벌리 듯 잎을 활짝 펴고 추위를 한껏 받아냈을 짙푸른 잎에서는 싱싱한 야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비타민C에 베타카로틴에 칼륨과 칼슘과 인이라는 발음도 어려운 성분이 풍부하다고 영양 학자들은 설명하지만 노란 중심부가 드러난 봄똥은 식재료에 앞서 그대로 꽃이다. 예쁘고도 맛있는 꽃이다.
찬물로 씻다가 한 조각을 아무런 양념 없이 씹어도 아삭거리는 식감 뒤에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이어진다.
봄똥으로 겉절이를 만들면서 일부를 남겨 쌈을 싸 먹었더니 맛이 그만이었다.
내친김에 이튿날 조금 더 많은 양의 봄똥을 샀다.
딸아이네를 위해 겉절이를 만들어주고 나머진 봄똥전에 봄똥 된장국을 끓일 생각이다.
세상이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로 너무 시끄럽다.
봄똥을 먹으며 잠시라도 그놈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봄똥, 생각하면
전라도에 눌러앉아 살고 싶어진다
봄이 당도하기 전에 봄똥,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
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 주는
봄똥, 텃밭에 나가 잔설 헤치고
마른 비늘 같은 겨울을 툭툭 털어 내고
솎아 먹는
봄똥, 찬물에 흔들어 씻어서는 된장에 쌈 싸서 먹는
봄똥, 입안에 달싸하게 푸른 물이 고이는
봄똥, 불똥으로 점심밥 푸지게 먹고 나서는
텃밭 가에 쭈그리고 앉아
정말로 거시기를 덜렁덜렁거리며
한 무더기 똥을 누고 싶어진다
- 안도현의 시, 「봄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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