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비2

봄비가 온 뒤 어제는 모처럼 손자들과 함께 하는 일요일이라 밖에서 보낼까 했는데 비가 내렸다. 집안에 갇혀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하다가 비가 설핏해졌을 때 손자와 축구공을 들고 아파트 단지 내 축구장으로 나갔다. 손자와 고만고만한 또래 아이들의 공놀이 시중을 들어주며 뛰어다니니 비와 땀이 섞인 물기로 몸이 촉촉해져 왔다. 오늘 아침 하늘은 시치미를 떼 듯 구름이 감쪽같이 다 사라지고 없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 아내는 등교길 손자에게 한 겨울 외투를 다시 꺼내 입혔다. 손자는 두꺼운 옷이 버겁다고 왼고개를 치다가 마지못해 입고 갔다. 봄비 온다 공손한 말씨의 봄비 온다 먼 산등성이에 상수리나무 잎새에 송홧가루 날려 내리듯 봄비 온다 네 마음에 맴도는 봄비 온다 머윗잎에 마늘밭에 일하고 돌아오는 소의 곧은 등 위에 봄.. 2023. 3. 13.
내가 읽은 쉬운 시 63 - 이수복의「봄 비」 위 사진은 요즈음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까지 쏠린 헌법재판소의 모습입니다. 재작년엔가 우연하게 방문할 기회가 있어 별 의미를 두지 않고 핸드폰으로 찍어두었는데, 어지러운 시절 덕분에(?) 블로그에도 올리게 됩니다. 드디어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이번 주엔 이곳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긴 겨울 동안 광화문에서 보낸 (19번의) 토요일 밤의 열정은 분노와 아름다움이 함께 한 기억이었습니다만 이제 흐트러진 것들이 바로 잡혀 새로운 봄엔 계절의 서정을 어느 때보다 진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강나루 긴 언덕에 짙어오는 풀빛이며 맑은 하늘의 새들과 나른한 햇살 속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더군다나 오늘이 경칩이라니 그런 봄을 생각하며 시를 읽어봅니다.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 2017.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