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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2

내가 읽은 쉬운 시 96 - 황지우의「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저녁 무렵 아내와 집 근처 공원을 천천히 산책했다. 흰 벚꽃이 '튀밥'처럼 만개해 있었다. 어두워가는 저녁 어스름 속에서도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딴 세상' 속에 머물렀다. 펑! 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팝 튀겨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갈 일이다 눈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갈 것 같은 소리―나무 한 그루 이 지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뜨면, 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일가족; 흰 블라우스에 그 꽃그늘 받으며 지나갈 때 팝콘 같은, 이 세상 한때의 웃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內藏寺 가는 벚꽃길; 어쩌다 한순간 나타나는, 딴 세상 보이는 날은 우리, 여기서 쬐끔만 더 머물다 가자 이.. 2019. 4. 9.
지난 국토여행기 20 - 오래된 서울, 북촌 그곳에 우리들의 집이 남아 있다 서울은 기원전까지 올라가는 백제의 역사를 제외하더라도(제외할 어떤 이유도 없지만) 조선의 수도로 정해진 이래 한반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 육백년의 역사를 가꾸어 온 고도(古都)이다. 고난의 우리 근현대사를 지나오면서 상처 받고 왜곡되긴 하였지만, 서울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의 궁궐과 성곽을 비롯하여 지난 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왕이 거처하였던 궁궐이 아닌 여타의 사람들이 살다간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만의 특징과 정서를 반영하는 주거문화로서의 한옥이 개발에 밀려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땅의 일반적인 주거 형태는 아파트로 통일.. 2013.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