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빔국수3

3차 백신과 한파주의보 산 아래 외진 마을 문 굳게 닫혔는데 냇가 다리 해 저물자 푸른 연기 오르네. 돌샘은 얼어붙고 발자취 끊겼으니 아마도 산골 아낙네는 눈 녹은 물로 밥 지으리. (山下孤村深閉門, 溪橋日晩靑煙起. 石泉凍合無人蹤, 知有山妻炊雪水.) -백호 임제, 「매서운 추위(苦寒)」- 해가 저물면서 샘은 얼어붙고, 인적이 끊긴 산 아래 외로운 집.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이 춥고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눈 녹은 물로 손을 불어가며 밥 짓는, 푸른 연기에 조금은 따뜻해진다. 산다는(生活) 건 물(氵)을 혀(舌)에 적시는 일이다. 잘 먹는 일이다. 3차 백신을 맞았다. 주사 맞은 자리가 뻐근하고 머리가 좀 찌뿌둥한 것을 빼곤 앞선 1,2차보다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지시를 엄격히 준수하는 아내는 2∼3일 동안 운동과.. 2021. 12. 17.
잘 먹고 잘 살자 58 - 장마철 집밥 서울엔 별로 비가 오지 않는 장마다. 태풍까지도 남해안만 흔들었을 뿐이다. 다행이지만 장마가 끝나고 나면 혹 가뭄 걱정이 나올 수도 있겠다. 그래도 조금씩 내렸던 비 덕분인지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다. 두터운 구름과 바람까지 있어 아직까진 선선하고 쾌적한 여름이다. 매미소리가 맹렬해지기 시작하였으니 곧 열대야도 밀려오겠지만. 일주일에 세 번씩 가던 노노스쿨이 방학이다. 덕분에 아내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 학기 동안에 배운 음식 중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복습겸 만들어 보았다. 거기에 책과 인터넷에서 찾아내 아내의 '재가(裁可)'를 얻은 음식도 더했다. 아내의 품평을 받으며 음식을 나누는 식탁이 어릴 적 여름날 멍석 위의 저녁 식사처럼 오붓하다. 삶에 더 무엇을 욕심내랴. 아내의 아픈 한 쪽 팔이.. 2019. 7. 22.
내가 읽은 쉬운 시 103 - 성미정의「실용적인 마술」 캠핑에 빠진 적이 있다. 미국에서 살 때였다. 주말이면 자주 아내와 캠핑을 갔다. 내가 살던 캘리포니아는 일 년 내내 캠핑에 더없이 좋은 날씨를 가진 곳이었다. 산과 들, 바다와 계곡, 어디건 작은 비닐 천막을 쳐놓으면 보금자리가 되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20여 년 전 등산을 다닐 때 쓰던 낡은 텐트였지만 둘이서 하루나 이틀을 자는 덴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식사를 마치고 어두워지면 파이어링(FIRE RING)에 모닥불을 피웠다. 그리고 주위의 풍경들이 어둠 속으로 완벽히 풀어질 때까지 불가에 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밤이 깊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촘촘히 돋아나 있었다. 우리가 '캠핑장의 힐튼호텔'이라고 불렀던 바닷가 캠핌장에서는 파도소리가 더해지기도 했다. .. 2019.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