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내복2 선한 사람들 미국에서 살 때 가까이 지냈던 빨간내복님의 따님이 결혼을 했다.식순이 다 끝났다, 돌아서 하객들에게 절하는 새 부부에게, 힘찬 박수로 축하를 보냈다콩꺼풀이여 벗겨지지 말지어다흰콩꺼풀이든 검정콩꺼풀이든 씻겨지지 말지어다색맹(色盲)이면 어때 맹맹(盲盲)이면 또 어때한평생 오늘의 콩꺼풀이 덮인 고대로 살아갈지어다어떻게 살아도 한평생일진대불광(不狂)이면(不及)이라지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느니이왕 미쳐서 잘못 본 이대로변함없이 평생을 잘못 볼지어다잘못 본 서로를 끝까지 잘못 보며서로에게 미쳐서[狂]행복에도 미칠[及] 수 있기를빌고 빌어주며 예식장을 나왔다, 기분 좋은 이 기쁜 날. - 유안진, 「콩꺼풀」-빨간내복님 부부도 우리처럼 무남독녀 외동딸을 키운 터라 결혼식을 지켜보는 마음이 행복하고 즐거우면서도 어딘가.. 2024. 9. 11. 이서방네 노을 빨간내복님 집에서 식사는 늘 길다.정확하게 말하면 식사와 식사를 하고 난 뒤의 뒤풀이가 길다.매번 밤이 늦어서야 일어서게 된다.빨간내복님 댁을 방문하기 전 아내는 내게 9시 전후에는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즐거운 자리에만 가면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나의 버릇에 대한 경고였던 것이다.그런데 이번에도 아내의 다짐은 지켜지지 못했다. 기특하게도(?) 빨간내복님 댁 벽에 걸려 있던 시계가 작동 이상으로 아내를 착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난 약속시간 지나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빨간내복님 부부에게 미안해서 어쩌지 하고 걱정을 할 뿐 나의 미필적 고의가 아닌 ‘의도적 고의’에 대해 그다지 탓을 하지 않았다. 아내도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즐거운 자.. 2013. 8. 5. 이전 1 다음